삼성전자(005930)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출하를 기점으로 '기술의 삼성'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단순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설계를 통합 최적화하는 AI 시스템 아키텍처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HBM4에 대한 고객사 피드백은 아주 만족스럽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대응하던 삼성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는 출하로 봐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공식 출하할 예정이다. 삼성의 HBM4는 동작 속도가 초당 11.7기가비트(Gb)로, 엔비디아의 요구 수준인 11Gbps를 상회하는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송 CTO는 "HBM4 이후에도 HBM4E, HBM5 등 차세대 제품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CT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제타플롭스(초당 10해번의 연산) 그 너머'를 주제로 AI 연산 구조의 근본적 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AI 기술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과 에이전트 AI로 진화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워크로드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의 단일 칩 성능 향상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병목 현상이 연산 성능이 아닌 메모리, 인터커넥트, 전력 소모, 패키징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칩 단위를 넘어선 시스템 아키텍처 차원의 접근인 '코옵티마이제이션(Co-optimization, 공동 최적화)' 전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기술 성과로 현재 준비 중인 하이브리드 카퍼 본딩(HCB) 기술은 16단 적층 환경에서 실제 동작을 확인한 결과, 서버 저항을 20% 이상 줄이고 온도 상승을 12% 이상 낮추는 유의미한 수치를 확보했다. 또한 입출력(IO) 채널 수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인터페이스 IP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실험 결과 전력 소모를 절반 이상 줄이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고객사와 긴밀히 협력 중인 '삼성 커스텀(맞춤형) HBM' 아키텍처는 베이스 라인에 연산 코어를 통합하여 동일 파워 대비 성능을 2.8배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침렛(Chiplet) 내에 옵티컬 엔진을 탑재하는 광통신 인터페이스 기술인 차세대 '하이(Hi)' 대응 전략을 통해 침렛 간 네트워킹 혁신을 꾀하고 있으며, HBM4를 넘어 HBM4E와 HBM5 등 선행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시장 패권을 수성한다는 방침이다.
메모리 시장 수급 전망에 대해서는 "PC나 모바일과는 다른 성격의 시장"이라며 "올해와 내년까지는 수요가 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송 CTO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소부장 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삼성의 기술적 시너지를 통해 산업 전반의 진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