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벤티'./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모빌리티가 수도권 대형·고급 택시 운행 제한을 풀어달라며 신청한 실증 특례가 정부 승인을 받았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신청 물량을 대폭 축소해 허가하면서 사실상 '조건부 승인' 형태를 택했다. 이미 시장이 기울어진 상황에서 대형 플랫폼에 동일한 특례가 반복 적용되는 구조가 적절한지를 두고, 실증 특례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증 특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하나로,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규제에 막힐 경우 일정 기간 규제를 완화해 실제 시장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9일 정부와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신청한 '대형·고급형 택시 사업구역 광역권 통합 운영' 실증 특례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T의 고급 택시 서비스인 벤티와 블랙, 대형 승합택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역을 하나의 사업권역으로 묶어 자유롭게 배차·운행할 수 있게 된다. 본격적인 사업 개시는 일부 부가 조건을 완료한 뒤 이뤄질 예정이다.

일례로 기존에는 서울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이동한 차량이 인천행 호출을 받을 수 없어 공차 상태로 복귀해야 했지만, 실증 특례 적용으로 수도권 내 연속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공차율과 배차 비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토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당초 신청한 실증 대상 차량 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대 8000대 규모의 실증을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이를 약 1000대 수준으로 축소해 승인했다. 앞서 동일한 내용의 실증 특례를 승인받은 중소 플랫폼 타다(VCNC)의 운영 규모와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사·동일 과제가 들어올 경우 규제 샌드박스 제도상 원칙적으로 허가를 검토해야 하는 구조"라면서도 "시장 규모가 제한된 상황에서 대기업 플랫폼이 대규모 물량을 요청하는 것은 실증 특례 취지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증이 아닌 사실상 사업 인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규모를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중소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타다 등 후발 플랫폼들은 수도권 통합 운행 모델을 만들기까지 수년간 사업 설계와 제도 협의를 거쳤는데, 시장점유율 90% 안팎의 사업자가 동일한 모델을 실증 특례 형태로 적용받는 것은 혁신 실험이 아니라 사업 확장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특히 고급 택시에서 수도권 통합 효과가 입증될 경우, 동일한 논리가 일반 택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실증 특례는 규제 완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제도인데, 이미 시장을 장악한 업체가 참여하는 순간 데이터 실험이 아니라 시장 잠식으로 성격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실증 특례는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제도나 서비스를 제한된 범위에서 시험해보기 위한 장치로, 자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 자체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특히 고급 택시는 일반 택시에 비해 이해관계 충돌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역이어서 실증 대상으로 선택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유사·동일 과제가 들어올 경우 시장 구조나 산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실증 특례가 반복 적용되는 구조"라며 "실증 이후 제도화 단계로 넘어갈 때에는 이미 기울어진 시장 구조와 경쟁 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