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xAI가 개발한 생성형 AI 챗봇 '그록(Grok)'의 로고가 화면에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음란물 규제에 나선 영국 정부를 향해 "파시스트적"이라며 공개 비난에 나섰다. 영국의 강경한 단속 기조를 두고 표현의 자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미·영 간 외교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머스크는 10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영국 정부는 왜 이렇게 파시스트적인가?"라고 적으며 영국이 세계에서 온라인 범죄 단속 건수가 가장 많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리트윗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검열을 위한 온갖 핑계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건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도구일 뿐"이라는 다른 이용자의 글도 공유했다. 또 AI로 생성된 비키니 차림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합성 이미지를 리트윗하며 논란을 키웠다.

영국 정부는 엑스와 머스크가 이끄는 AI 챗봇 '그록'을 중심으로 딥페이크 음란물 문제가 확산되자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리즈 켄덜 영국 기술부 장관은 9일 방송 규제기관 오프콤이 그록 문제를 이유로 엑스를 차단하기로 결정할 경우 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도 아동 성 착취 이미지의 제작과 유포를 "역겹고 불법적인 행위"라고 규정하며 엑스가 그록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11월 처음 공개된 그록은 엑스 계정과 연동돼 사용자가 요청하면 즉시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방식이다. 챗GPT나 제미나이 등 다른 AI 챗봇이 성적 이미지 생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과 달리, 그록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비교적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특히 지난해 말 업데이트 이후 선정적 이미지 생성이 더 쉬워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영국을 넘어 국제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그록의 무분별한 성적 이미지 생성이 "SNS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례"라고 비판했고, 인도네시아는 그록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미·영 관계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애나 폴리나 루나 미국 하원의원은 영국이 엑스를 차단할 경우 영국에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영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은 온라인 표현의 자유 문제를 두고 이미 지난해 말에도 충돌한 바 있다. 당시 미국 행정부는 자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검열했다며 유럽연합의 빅테크 규제 입법을 주도한 인사 5명의 입국을 금지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영국 국적자였다. 이번 머스크의 반발을 계기로 양국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