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엄마가 딸을 지키려다 전동 킥보드에 치인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킥보드 대여업체에 방조죄를 적용해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인형 이동장치(PM) 업계는 그간 면허인증 없이 전동 킥보드를 대여해 왔고, 이로 인해 상당수 사고가 무면허 미성년자에게서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대여업체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토위 전체회의 통과를 앞둔 PM법이 무면허 사고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지난 11일 무면허 운전 방조 혐의로 전동 킥보드 대여업체의 담당 부서 책임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행위자와 함께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 규정에 따라 해당 업체도 함께 입건했습니다. A씨와 해당 업체는 미성년자에게 면허 소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킥보드를 대여해 무면허 운전을 방조한 혐의입니다. 이는 지난 10월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몰던 중학생 2명이 인도를 지나던 30대 여성을 치는 사고와 관련된 것입니다. 30대 여성은 중태에 빠진 후 의식을 되찾았으나, 현재 기억 상실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려면 만 16세 이상부터 발급받을 수 있는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을 소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공유업체는 자사 앱에 관련 안내 문구만 띄울 뿐 별도 면허인증 없이 전동 킥보드를 빌려주고 있습니다. 면허인증 절차가 있는 앱이라도 면허 정보만 입력하면 대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청소년이 부모나 지인의 면허 정보를 빌려 등록한 뒤 무단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여업체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방조죄가 성립하려면 대여업체에 면허 여부를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행 법령에는 전동 킥보드 대여 시 면허확인 의무나 인증 누락에 따른 벌칙을 부과하는 등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렌터카 및 카셰어링 업체들은 사업자등록 의무 대상인 자동차대여사업자로 분류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차량 운전자의 운전자격을 확인해야 합니다. 반면 PM업체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 후 자유롭게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으로 분류돼 이용자들의 운전면허증 정보를 수집·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일부 PM업체는 면허인증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매출 영향 등을 고려해 이를 강제하지 못해 왔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업체만 면허인증을 의무화해도, 이용자들이 인증 절차가 없는 다른 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면허인증을 도입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전동 킥보드 이용자 가운데 10대 비중이 높은 만큼, 면허인증을 강제할 경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지바이크와 더스윙을 제외한 PM업계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라임, 윈드 등 외국계 PM업체는 지속된 적자로 인해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습니다.
다만 현재 국토위 전체회의 통과를 앞둔 PM법(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사고에 제동을 걸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토위는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PM법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이 법에는 ▲만 16세 미만 PM 이용 금지 ▲대여 시 본인 확인 및 안전교육 이수 의무화 ▲대여용 PM 최고속도 현행 시속 25㎞ → 20㎞로 하향 등이 담겼습니다. 또 지자체가 PM 주차시설 확충과 관리계획 수립 책임을 지도록 하고, 충분한 주차공간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PM법은 개인형 이동장치를 별도 법률로 규율하는 첫 입법 시도라는 점에서 사고 발생 구조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PM업체도 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PM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 규제는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지금처럼 법적 근거 없이 책임만 커지는 상황보다는 낫다"며 "안전교육 이수와 본인 확인이 법적으로 의무화하면, 업체 입장에서도 운영 기준을 세우고 책임 범위를 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