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삼성그룹의 IT서비스 기업 삼성SDS가 올해 들어 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80% 이상에 달하며 외형 확장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는 반면, 삼성SDS는 여전히 계열사 중심 사업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장기 성장 전략이 불분명한 탓에, 최근 반도체 경기 회복과 AI 투자 확대라는 호재에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클라우드' 사업 확대하지만… 내부거래 비중 81.2%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S는 올해 3분기 매출 3조3913억원, 영업이익 23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8.1% 감소한 수치다. IT서비스 부문 매출은 1조5957억원으로 2.1% 줄었지만,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6746억원으로 5.9% 성장한 점이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에도 삼성SDS의 클라우드 매출은 1조31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늘었다. 이에 IT서비스 매출에서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6%대에서 올해 상반기 40%까지 뛰었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SDS가 기존 시스템통합(SI)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클라우드·AI 인프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시대에는 대규모 연산과 데이터 처리를 뒷받침할 인프라 수요가 증가해 클라우드가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호준 삼성SDS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2조원대 후반 달성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SDS의 매출 구조는 여전히 내부거래에 머물러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SDS의 매출은 7조17억원이었는데, 이중 내부거래 매출이 5조6906억원으로 81.2%를 차지했다. 내부거래의 핵심은 삼성전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에 의존한 매출은 1조3006억원으로, 내부거래의 22.85%를 차지했다. 삼성SDS의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수년 동안 80% 안팎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클라우드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다수 성장이 삼성그룹 내 IT 전환 수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과는 다른 흐름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은 각국 정부 및 기업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규제에 맞춘 데이터센터 구축, 로컬 파트너 협력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IT서비스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을 50~60% 수준으로 낮추고 외부 매출을 확대하는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 CNS의 내부거래 비중은 53.2%, 롯데이노베이트는 64.9%였으며, SK AX 역시 업계에서는 60%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준희 삼성SDS 사장이 올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연례 고객 초청 행사 '리얼 서밋(REAL Summit)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삼성SDS 제공

◇ 이준희호 출범한 지 1년… 뚜렷한 성과 없어

이준희 사장이 삼성SDS를 이끈지 만 1년이 됐지만, 기대와 달리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장은 취임 당시 AI·클라우드·보안 등 신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그룹 내 사업 확대로 수익을 냈다는 지적이다. 삼성SDS는 지난 10월 오픈AI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아직 외부 매출 확대나 해외 수주 등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삼성SDS가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AI 특화 데이터센터 역시 계열사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SDS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로부터 215억원에 경북 구미 1공장 일부 부지를 매입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해당 시설은 고성능 AI 연산을 위한 전력·냉각 인프라를 갖춘 전용 데이터센터로 재편될 예정인데, 삼성전자 등 그룹 내부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수요 확대보다는 삼성그룹이 AI 인프라 지원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주가 역시 부진한 모습이다. 이달 3일 종가 기준 삼성SDS의 주가는 17만2100원으로, 1년 전(13만8000원) 대비 24.7% 올랐다. 다만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61.4% 오른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 개선, AI 투자 확대 등 우호적 환경 속에서도 삼성SDS는 시장 기대치를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SDS의 경우 대부분 수요가 계열사에 집중돼 있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과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룹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력과 서비스 투자를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