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종합반도체기업(IDM) 중 하나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삼성전자와 10년 넘게 공동 개발해 온 FD-SOI(완전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를 18나노로 한 단계 진보시켜 새로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제품 'STM32V8'을 내놓았다.
2000년대부터 세계 MCU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온 ST는 이번 신공정 도입과 Arm의 최신 아키텍처를 도입해 산업용 기기부터 웨어러블, 로보틱스, 우주산업 등에 특화한 신제품 STM32V8로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4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구 ST 코리아 GPM 부문 마케팅 상무는 Arm 디자인의 높은 범용성과 개량 공정을 통해 높아진 메모리 집적도, 초저전력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ST는 MCU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산업, 로보틱스, 가전, 웨어러블 등에 맞는 저전력 설계와 AI 처리 능력을 강화한 가속기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MCU는 기기 제어에 특화한 프로세서로, 두뇌격이긴 하지만 주된 역할은 고성능 연산보다는 주변장치 제어와 전력 등 전반적인 상태 관리에 특화한 칩이다. 비교적 간단한 연산 처리를 맡는 칩이지만, 산업용 기계나 로봇, 자동차 등 수많은 부품의 제어를 담당하기 때문에 필수재로 꼽힌다. 또 최근에는 온디바이스 AI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MCU 역시 일정 수준의 연산 성능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ST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28나노 FD-SOI 공정 협력을 진행해왔고, 이번에는 18나노로 공정 미세화를 진행해 칩의 밀도와 전력 효율성, 성능 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했다. FD-SOI 공정은 전기를 새지 않게 해주는 아주 얇은 절연 바닥을 깔아 만든 반도체 공정으로, 초저전력, 저발열 칩을 구현할 수 있다.
현대성 ST 코리아 GPM 부문 마케팅 부장은 "18나노 FD-SOI 공정 도입으로 고밀도 디자인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디지털 IP를 작은 칩 안에 담을 수 있게 됐다"며 "낸드 탑재 용량도 2.5배 늘었을뿐 아니라 FD-SOI 공정 자체의 장점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과 가혹한 환경에서의 활용성도 이미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ST는 STM32V8의 주요 타깃 시장으로 특히 산업용, 로보틱스 등을 꼽았다. 현대성 부장은 "이번 제품을 시작으로 AI 추론이 필요한 영역에 맞는 제품 등을 추가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로봇 등 높은 성능을 요구하면서 안정성과 저전력을 필요로 하는 MCU 수요가 높아졌고 이에 대응하는 가장 범용성이 높은 칩"이라고 강조했다.
ST는 해당 제품을 자사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나눠서 생산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물량 배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시장 수요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 역시 적잖은 물량을 배정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성 부장은 "28나노 FD-SOI 공정에서 오랜 기간 생산 안정성이 입증됐고, 18나노 공정 전환 역시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양사 모두 신공정의 수율과 생산성을 강화해 수익성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