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MD가 올해 3분기(7~9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의 대형 계약을 계기로 AMD는 향후 수년간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1000억달러(약 14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로 4분기 전망에서 중국용 주력 AI 칩 'MI308′ 매출을 '제로(0)'로 잡는 등 차이나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일(현지시각) AMD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92억5000만달러(약 13조38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20달러로 30% 증가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월가 전망치(매출 87억4000만달러, EPS 1.17달러)를 웃돌았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대형 고객사들 전반에서 향후 몇 년간 더 많은 AI 컴퓨팅을 요구하는 강력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며 "앞서 5000억달러(약 724조원) 규모로 전망했던 AI 칩 전체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I 칩 사업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43억달러(약 6조2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11억달러로 작년 동기(10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이에 대해 진 후 AMD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막대한 AI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면서 (이익 증가분이) 일부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폭발적인 AI 칩 수요는 전통적인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업까지 끌어올리는 낙수효과를 내고 있다. 3분기 PC 칩이 포함된 클라이언트 부문 매출은 40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8억67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2억9000만달러)보다 3배 급증했다. 이는 AMD가 인텔과의 CPU 경쟁에서 점유율을 확대한 결과다. 수 CEO는 "AI 작업량이 전통적인 컴퓨팅 수요를 더 많이 파생시키고 있다"며 "대형 하이퍼스케일 고객들이 내년까지 상당한 규모의 CPU 증설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전망도 밝다. AMD가 제시한 4분기 매출 전망치는 93억~99억달러(약 13조4000억~14조3000억원)로, 월가 예상치(약 92억달러)를 웃돌았다. 지난달 발표한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향후 AMD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AMD는 오픈AI의 AI 데이터센터에 최대 6기가와트(GW)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공하는 다년 계약을 체결했으며, 첫 1기가와트 물량은 차세대 'MI450' 가속기로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 CEO는 "이번 협력은 향후 수년간 데이터센터 AI 사업 성장을 가속해 누적 매출이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오픈AI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시스템·로드맵 전반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AMD는 오픈AI 외에도 오라클에 내년부터 수만대의 MI450 GPU를 공급하고, 미국 에너지부(DOE)의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 규모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이처럼 대형 계약이 잇따라 나오면서 지난 한 달간 AMD 주가는 약 23% 올랐다.

'옥에 티'는 중국 사업 위축이다. AMD는 4분기 매출 전망에서 중국용 AI 칩 'MI308' 판매분을 제외했다. 이는 경쟁사 엔비디아가 중국용 H20 칩 매출을 실적 전망에서 제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AI 가속기의 대중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사업을 일시적으로 축소하거나 철수하고 있다. AMD는 앞서 대중 규제로 인해 연간 약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 CEO는 "MI308에 대한 일부 (중국 수출) 라이선스를 이전에 받았고, 미 행정부의 지원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여전히 (중국) 고객들과 수요 환경, 전반적인 시장 기회를 함께 파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용 칩 재고를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부 생산 중인 반제품(work in process)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 환경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