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들이 코딩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고루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I 확산과 함께 주요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감원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해당 직종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 앤트로픽, 코히어 등 주요 AI 기업은 새 직종인 일명 '전방 배치 엔지니어(forward-deployed engineer·FDE)'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전방 배치 엔지니어는 코딩을 할 줄 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면서 고객과의 소통 능력도 지닌 드문 유형의 인재다.
FT는 "생성형 AI 모델을 고객사 맞춤형으로 구축하도록 전문가를 고객사 내부에 배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매출을 더 늘리려는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올해 초 FDE팀을 신설했고, 연말까지 규모를 5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앤트로픽도 FDE와 제품 엔지니어를 포함한 '적용 AI팀' 규모를 연내 5배로 늘릴 계획이다.
고객 응대가 핵심인 AI 일자리에 대한 채용 공고는 올 들어 급증했다. 구인 플랫폼 '인디드'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FDE 채용 공고는 800% 늘었다. 제조사부터 헬스케어까지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이 늘고 있지만,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앤트로픽의 적용 AI 팀장 캣 드 종은 "포춘 500대 기업의 은행과 AI 내재형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은 완전히 다른 AI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AI 방위·첩보 업체 팔란티어의 영국 AI 총괄 닉 프레티존은 이런 접근법을 '내재적 제품 발견법'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고객에게 제시했을 때 '이건 게임체인저다'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팔란티어는 해당 직무가 20년 전 자신들이 개척한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해외 영토에 군인을 전진 배치하는 군대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자사 전체 인력의 약 절반이 FDE라는 것이다. 실제 팔란티어는 고객사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내 군사기지, 미국 중서부의 공장, 정유 공장 등에 FDE를 파견해왔다.
프레티존은 "FDE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코드가 얼마나 정교한지, 언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가 아니라, 최종 고객에게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들은 팔란티어의 방식을 모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코히어의 에이던 고메즈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와의 계약 초기에 엔지니어를 파견하면 게 장기적이고 견고한 관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픈AI는 FDE 역할에 대한 수요가 이미 예상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런 접근법을 통해 농업용 중장비 제조사인 존디어와 함께 더 정교한 농업용 도구를 개발했고 결과적으로 농약 살포량을 60∼70% 줄이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