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30일 인도 남부 스리하리코타에 위치한 사티시 다완 우주 센터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의 'NISAR'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지구 관측 위성이 우주로 발사됐다. 이 위성은 우주에서 지구의 궤도를 돌며, 지구의 생태계와 지표면 변화, 빙하를 관측해 자연재해, 해수면 상승, 지하수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우주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지구 관측 위성이 정밀하게 데이터를 분석해 지구에 있는 연구원들과 통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조력자 역할을 한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 반도체 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다.
TI는 우주용 반도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에 반도체를 공급한 회사도 TI였다. 지난 1954년 반도체의 핵심 소자인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반도체 역사의 포문을 열었던 TI는 우주·항공, 국방 분야에 안정성이 검증된 반도체를 공급하면서 사업을 키워왔다. 1960년대부터 지구의 궤도를 도는 위성에 탑재되는 집적회로(IC)를 공급하는 등 우주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41년 석유 탐사 회사인 '지오피지컬 서비스'로 출발했던 TI는 1951년 사명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TI의 엔지니어 잭 킬비가 1958년 반도체의 뼈대로 불리는 '집적회로(IC)'를 발명하면서 반도체로 사업을 전환했다. TI의 지난해 매출액은 156억4000만달러(22조3073억원)로 자동차와 통신장비,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아날로그, 전력 반도체 등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제이슨 클락 TI 항공우주 시스템 총괄은 1일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폴로 11호 달 착륙 임무를 위한 부품 공급부터 탐사, 위성, 망원경까지 인류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수많은 성과를 뒷받침했다"며 "TI는 전 세계 다양한 우주 기관 및 기업들과 협력해 미래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클락 총괄은 미국 우스터 폴리테크닉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8년 TI에 입사해 약 28년 동안 제품 마케팅 및 항공우주 시스템 반도체 개발 등을 담당했다.
NISAR 프로젝트에도 TI는 내성 강화·내방사선 반도체를 공급한다. 이 반도체는 방사선, 온도, 기계적 충격 등 외부 환경 요인을 견디도록 특수 설계·제조됐다. 지구 밖을 도는 위성에 탑재돼 전력관리, 고속 데이터 전송, 정밀한 신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TI는 NISAR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해 지난 10여년 동안 부품 설계부터 완제품 공급까지 전 단계에서 협업을 진행해 왔다.
클락 총괄은 "위성은 수년 동안 궤도를 돌면서 높은 방사선과 극심한 온도 변화, 진공상태 등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한다"며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이 신뢰할 수 있고 장기간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됐으며, 모든 제품은 -55~125℃의 작동 온도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클락 총괄과의 일문일답.
—TI가 NISAR 프로젝트를 지원한 배경은.
"TI는 1960년대 최초의 집적회로(IC)를 설계한 이후 60여 년간 우주용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TI의 반도체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 임무를 위한 부품 공급부터 여러 탐사, 위성, 망원경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있어 수많은 성과를 뒷받침해 왔다.
업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다양한 우주용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고객도 TI와 함께하기를 원했고, TI도 고객이 위성 시스템에서 정밀도,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TI의 엔지니어들은 NISAR 프로젝트 전 과정에 걸쳐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가 저궤도 위성의 시스템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기술적 전문성을 제공했다. 부품 선정 단계에서부터 개발 주기 전반에 걸쳐 협력함으로써, NISAR 위성이 임무 기간 동안 우주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발사된 위성에 탑재된 TI 반도체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TI의 우주용 반도체는 초고속으로 이미지를 샘플링해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돕고 레이더로 탐지되는 영역을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지구의 지표면을 고해상도로 관측하는 기술인 '첨단 S-밴드 SAR 기능'도 구현했다. 위성에는 다양한 시스템이 통합돼 작동하는데, 이들이 원활히 서로 통신할 수 있는 통신용 반도체도 공급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반도체가 극저온, 극고온 환경에서 버틸 수 있도록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위성의 내외부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설계와 제작을 통해 가능했다."
—우주라는 가혹한 환경에선 신뢰성과 내구성 등이 요구된다.
"위성은 수년 동안 궤도를 돌면서 높은 방사선 수준과 극심한 온도 변화, 진공상태 등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한다. TI는 이러한 혹독한 조건을 견딜 수 있도록 우주용으로 인증된 제품을 설계·테스트한다. 모든 제품은 -55~125℃의 작동 온도를 지원하고, 견고한 패키징 소재로 제작된다. 위성이 한번 궤도에 오르면 하드웨어를 수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이 신뢰할 수 있고 장기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저궤도 위성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모든 전자부품이 우주의 혹독한 환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위성의 환경에 맞게 크기와 무게, 전력을 최적화해야 한다. 발사 비용을 줄이고, 시스템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임무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과 직결된 문제다. TI는 NISAR 임무의 크기와 무게, 전력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인도 우주연구기구 우주응용센터가 개발한 모듈에 방사선 내성 강화 전력 관리 반도체를 공급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와 TI의 향후 목표는.
"위성 시스템은 궤도 내 데이터 처리와 전송, 고해상도 이미징, 정밀 센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제조 난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TI는 이러한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우주용 아날로그와 기기 내부에 탑재되는 컴퓨터 시스템인 임베디드 프로세싱, 전력 관리 반도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TI의 기술력을 한 차례 더 입증하게 됐다. 지난 1년 동안 TI는 50개 이상의 방사선 내성 강화 및 내방사선 제품을 출시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확장은 항공·우주 엔지니어들이 크기·무게·전력을 최적화하고 우주선에 더욱 진보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인류가 지구와 우주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탐험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