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이 올해 3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면에는 뚜렷한 고민거리가 남았습니다. 광고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으나, 미래 성장 축으로 내세운 인공지능(AI) 사업은 아직 독립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했고, 가상현실(VR) 부문도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실적 발표 직후 메타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10% 이상 급등했지만, 대규모 일회성 세금 비용과 리얼리티랩스의 적자가 부각되면서 7% 넘게 하락했습니다.
메타의 3분기 매출은 512억4000만달러(약 73조원)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494억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다만 미국의 '대체최저세(Alternative Minimum Tax)' 제도 시행에 따른 159억3000만달러 규모의 일회성 비현금 세금 비용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이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메타 매출의 대부분은 광고 사업이 차지했습니다. 광고 매출은 500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메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을 포함한 '패밀리 앱스(Family of Apps)' 일일활성사용자(DAU)가 35억명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AI가 광고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AI 기반 광고 기능은 이미 의미 있는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AI의 기여도는 어디까지나 기존 광고 모델의 효율화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AI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광고 시스템의 확장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결국 메타의 주력 수익 구조는 여전히 광고에 집중돼 있으며, AI가 독립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재 AI 시장에서 메타의 입지는 불안정합니다. 메타는 올해 초 인간 수준을 넘어서는 '초지능' 개발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해 AI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3억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공동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을 최고AI책임자로 영입하고, 내부에 AI 전담조직인 '초지능 연구소'를 신설했습니다. 메타는 이 조직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모델과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해, AI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 성과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메타의 핵심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Llama)' 시리즈는 기술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지만, GPT-4나 제미나이 2.5와 같은 상용화 파급력을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의 AI 야망은 분명하지만,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로이터통신도 "메타의 AI 전략은 작년보다 정비됐으나, 여전히 리더십이 불확실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메타는 투자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자본 지출 계획을 700억~720억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한편, 최근 조직 효율화를 명분으로 초지능 연구소 인력 약 600명을 감원했습니다. 회사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핵심 인재를 영입하면서 동시에 감원을 단행하는 모순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VR·AR 부문도 여전히 '적자의 블랙홀'로 지목됩니다. 관련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스는 3분기에 4억7000만달러의 매출과 44억달러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이후 누적 손실은 700억달러에 근접했습니다. 신제품 '퀘스트3'는 출시 초기 반응에도 불구하고 전작 '퀘스트2'의 판매량에는 미치지 못했으며, 가격 인상과 콘텐츠 부족이 대중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저커버그 CEO는 "AI를 통합하는 최적의 기기는 결국 안경이 될 것"이라며 "하루 종일 AI가 사용자의 시야와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타는 현재 레이밴과 협업한 AI 스마트글래스와 차세대 AR 안경 '오라이언(Orion)'을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리얼리티랩스의 지속된 손실로 하드웨어 확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광고를 제외한 신사업이 불확실한 가운데, 시장은 메타가 'AI-광고-하드웨어'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시 코언 인베스팅닷컴 애널리스트는 "메타의 실적은 AI 인프라 투자와 단기 수익 기대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며 "기본 사업은 견실하지만 대규모 지출이 시장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메타는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광고 매출에 의존하면서, 장기적으로는 AI와 VR 수익화를 모두 달성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AI 인프라 확장과 VR 플랫폼 혁신이 '비전 공백'을 메우는 해답이 될지, 혹은 또 다른 비용의 악순환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성과가 결정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