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품질 최종 테스트를 앞둔 가운데, HBM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로직 다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도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HBM4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는 메모리 사업부에 보조를 맞춰 파운드리 사업부도 로직 다이 웨이퍼 투입량을 확대하고, 수율도 최대치로 끌어올려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HBM4부터는 HBM의 두뇌 역할을 맡는 로직 다이에 첨단 공정이 도입된다. HBM4의 로직 다이는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올려 만드는 HBM의 최하단부에 탑재된다. 로직 다이는 적층되는 D램과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연산 등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해 전력 공급 및 데이터 신호를 제어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맡는 핵심 부품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생산하고 있는 로직 다이 4㎚(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수율이 90%를 상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직 다이 수율이 90%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4㎚ 공정을 통해 생산한 로직 다이 10개 중 9개 이상이 양품이란 의미로, 대량 양산에 돌입해도 될 만큼 기술이 안정됐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HBM4 샘플을 엔비디아와 AMD 등 고객사에 공급하기 위해 대량 생산하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부도 로직 다이 생산량을 전체 4㎚ 라인이 보유한 생산 능력의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려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로직 다이 제조에 자사 파운드리 사업부의 4㎚ 공정을, SK하이닉스는 TSMC의 12㎚급 공정을 활용한다. 마이크론은 자사 12㎚급 D램 공정을 활용하지만, 회사가 보유한 가장 미세한 공정을 적용한다. 통상 반도체 공정은 미세화할 수록 성능이 올라가고 전력 효율도 높아진다. HBM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이전 세대 대비 높은 성능이 요구되고, 발열 문제가 심화되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HBM4부터 HBM의 핵심인 로직 다이에 첨단 공정을 적용하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4㎚ 공정은 전체 공정 수율이 80%를 상회할 만큼 성숙 단계에 이른 공정이다. 로직 다이 수율도 연초 시생산 단계에서부터 40%를 상회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메모리 사업부가 HBM4에 명운을 걸고 뛰어든 만큼 HBM4의 핵심인 로직 다이의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부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안정적인 수율은 7세대 HBM(HBM4E)부터 '맞춤형 HBM' 시대가 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HBM4E부터 고객사가 탑재하고자 하는 AI 반도체의 응용처에 최적화된 HBM을 개발하는 '맞춤형 HBM'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로직 다이에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의 회로를 설계하고, 다변화된 수요에 맞춰 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공정 역량이 중요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전 세대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사에 앞서 미세 공정을 HBM4 로직 다이에 적용했다"면서 "아직 시장의 검증이 남아있긴 하지만, 다가오는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파운드리 공정 기술력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