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이 되면 전 세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운데 40%가 전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자체 전력 공급원 확대가 필요하다."
미국의 IT 리서치 자문 기업 가트너의 밥 존슨(Bob Johnson)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AI 사용 증가로 향후 2년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급증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존슨 부사장은 40년 이상 데이터센터와 전력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7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AI 최적화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은 연간 500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 소요된 데이터센터 전력 대비 2.6배 증가한 수치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586TWh·2022년)과 비슷한 규모다.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세계 6위다.
◇ 전력 부족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빅테크
존슨 부사장은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뒷받침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지만 송전, 배전 등 신규 인프라를 갖추고 발전 용량을 확보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 있어 전력 부족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머지않아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과 생성형 AI의 성장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력 가용성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기업은 전력 부족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했다.
존슨 부사장은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전력 확보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탈렌 에너지(Talen Energy)와 계약을 체결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최대 1기가와트(GW)의 전력을 직접 공급을 받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몇 년 전 폐쇄한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의 모듈을 재가동할 계획이며, 구글은 최근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두 개의 수력 발전댐과 전력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라고 덧붙였다.
◇ 전력 부족에 따른 비용 상승… 화석연료 사용 증가 전망
존슨 부사장은 전력 부족 문제가 임박하면 전력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LLM 운영 비용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들 간 전력 확보가 치열해지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기요금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러한 비용은 생성형 AI 제품과 서비스 공급업체에도 전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슨 부사장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이로 인해 폐쇄 예정이었던 화석연료 발전소를 계속 가동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존슨 부사장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단기적으로 증가한다"며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과 고객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엄격한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 "지능형 전력망·자체 전력 공급원 확대 필요… 2030년 SMR 데이터센터 나올 것"
존슨 부사장은 HVDC(초고압 직류 송전) 같은 기술이 전력난 해소에 근본적인 도움은 주지 못할 것이라며, 지능형 전력망을 고도화하거나 자체 전력 공급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배전망에서 비효율 요소를 파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스마트 그리드(ICT를 접목해 전력 생산, 송배전, 소비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망)'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SMR 같은 자체 전력 공급원을 갖춘 마이크로그리드(한정된 구역에서 독립적으로 전력 생산·저장·소비를 할 수 있는 소규모 전력망) 형태의 데이터센터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존슨 부사장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은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날씨와 일조량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하루 24시간, 연중무휴 전력 공급이 가능한 SMR이 대안으로 부상 중"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풍력발전의 발전 설비 이용률은 35~40%, 태양광발전은 약 25%에 불과하다.
존슨 부사장은 "여러 기업이 멜트다운(핵 연료봉이 고열로 녹아내리는 현상) 걱정이 없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 중"이라면서 "2030년쯤 되면 최초의 SMR 기반 데이터센터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S도 향후 데이터센터에 새로운 SMR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