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릭 베르델린 오도스 공동 창업자 - 덴마크 올보르대 사회학·정치학,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저널리즘 석사, 바크박스 공동 창업자 /오도스 / 이코노미조선

"인공지능(AI)은 기업가 정신을 대중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경쟁 우위가 늘 기술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중화될 기술 그 자체보다는 창업자가 고객과 관계를 통해 구축하는 신뢰와 친밀감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AI 기반 창업 인큐베이터 '오도스(Audos)'는 지난 6월 1150만달러(약 16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투자 라운드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트루벤처스가 주도했고, 스카이프 공동 창업자 니클라스 젠스트롬 등 유명 엔젤 투자자가 참여했다.

오도스는 창업 아이디어 검증, 마케팅, 운영 등 고객 사업 전반을 AI로 자동화하고, 창업자에게 최대 2만5000달러(약 3500만원)의 초기 자금과 AI 기반 도구, 마케팅 지원을 제공한다. 오도스의 목표는 대규모 자동화와 AI를 결합해 연간 10만 개의 스타트업 창업을 돕는 것이다. 베타 서비스 기간에 와인 소믈리에 추천, 맞춤형 식단, 산후 피트니스 등 100여 개 이상의 다양한 AI 기반 비즈니스를 시장에 출시했다.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과 시장 포화, 창업 성공률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오도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헨릭 베르델린(Henrik Werdelin)은 반려견용품 구독 업체 바크박스의 창업 성공으로 전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2011년 창업한 바크박스는 불과 13년 만에 2억6600만달러(약 3700억원) 매출을 거두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초기부터 AI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 관리한 것이 급성장의 원동력이다.

덴마크 출신인 베르델린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AI가 적잖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추가로 수백만 명이 창업을 넘어 연쇄 창업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내실 있는 방향으로 경제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코노미조선

1인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탄생이 가능하다고 보나.

"1인 유니콘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라고 믿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수백만 개의 '1인 100만달러 기업'이 생겨날 것이라는 점이다.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그쪽이 의미가 더 크다. AI는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자원 활용 소프트웨어'다. 1990년대 후반 처음으로 회사를 차렸을 때 나와 공동 창업자는 윈도 NT 서버를 구입하기 위해 5000달러(약 700만원)를 모아야 했다. 오늘날의 창업자는 몇 달러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나아가 AI의 힘을 빌려 단기간에 로고 디자인, 코드 작성, 전략 수립, 대규모 고객과 소통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창업자 한 명이 수백만 명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업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AI가 기업가 정신 확산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전체적으로 보면 AI는 기업가 정신을 대중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경쟁 우위가 늘 기술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중화될 기술 그 자체보다는 창업자가 고객과 관계를 통해 구축하는 신뢰와 친밀감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 시대에 그런 인간적인 유대는 매우 희귀하고 가치 있는 자원이 된다."

일자리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어느 쪽이 더 크게 작용할까.

"AI는 창업에 필요한 초기 자본과 전문적 지식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수십 쪽에 달하는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도 곧바로 잠재적인 고객을 상대로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연쇄 창업을 촉진하는 만큼 전반적인 일자리에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AI 확산으로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지 않나.

"AI는 적잖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추가로 수백만 명이 창업을 넘어 연쇄 창업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내실 있는 방향으로 경제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수의 거대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보다는 수백만 개의 작지만 강한 '문제 해결사'가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

왜 그런가.

"과도한 중앙 집중화에는 언제나 큰 위험이 따른다. 과거 몇몇 대형 포털 중심으로 운영됐던 인터넷이 수백만 개의 틈새 사이트로 진화했듯이, AI 생태계도 결국은 전문화된 다양한 모델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 경영에서 AI 접목의 한계도 있을까.

"AI는 업무를 자동화하고 전략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아직 인간의 동기 부여, 전후 사정이나 맥락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조직도상 직제를 신설하거나 개편하고 필요한 인사 조치를 하는 게 기업 경영의 전부는 아니다. 상대방의 처지에 공감하고, 목적의식을 공유하며, 모호한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부다. 이 같은 영역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것으로 남아있다."

사업군과 업무에 따라 AI 접목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 같다. 소비재 기업은 어떤가.

"정보기술(IT) 기업에 비해 소비재 기업은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고객과 진정한 관계 구축이 소비재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AI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관계 구축을 도울 수 있다. 앞으로는 고객에 대한 인간적 통찰을 AI와 잘 결합하는 이가 창업에 성공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예를 들어 바크박스는 단순히 애완견 간식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 애완견과 주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소비재 기업과 다를 것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AI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대한 견종별, 지역별 데이터를 분석해 시카고에 있는 치와와가 좋아할 장난감을 예측하는 식이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 않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문제도 여전하고.

"그렇다. AI 기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실수한다. 때로는 너무나 그럴듯하게 있지도 않은 정보를 만들어내서 더 문제다. 따라서 창업자는 절대로 AI 기반 정보를 맹목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되며, '비판적인 편집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AI가 지나치게 의존하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의 논리력이나 판단력을 저해하진 않을까.

"타당한 우려이긴 하다. 하지만 난 AI를 인간 사고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새로운 작업 방식을 열어주는 '브레인스토밍 파트너' 로 보는 편이다. AI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인간의 호기심을 송두리째 외부에 맡기면 곤란하다. 적합하고 예리하게 계속 질문할 수만 있다면, AI는 오히려 인간의 사고를 더 날카롭게 해 줄 것이다."

Plus Point

생성 AI의 거짓말 할루시네이션

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을 할루시네이션이라고 한다. 챗GPT 같은 생성 AI(Generative AI) 모델이 가져온 정보에 허위 또는 날조된 정보가 포함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AI 모델을 학습시킬 때 데이터가 부족했거나 입력 오류가 생겼을 때 나타나지만, 간혹 AI가 질문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아직 AI에서 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할루시네이션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출처를 확실히 해야 한다. 챗GPT 유료 서비스인 GPT4는 웹 연동 서비스를 통해 매개변수를 포함한 웹 기반 데이터도 검색하는 기능이 있다. 또 GPT4에 내장된 컨센서스 등의 툴을 활용하면 논문 검색 시 실존하고 출처가 확실한 자료만으로 찾는다.

프롬프트(명령어)를 정교하게 입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AI의 답변은 정보를 나열했을 뿐, 이해하고 제공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질문할 때 '공식 보고서나 논문 검색 등을 인용해서' 설명해 달라고 하거나, '최근 5년간, 국내에서 기사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 같은 문장을 덧붙이면 정확성이 향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