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틱톡’이 한국에서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 열풍을 등에 업고 페이스북을 넘어섰다. 틱톡과 ‘틱톡 라이트’의 이용자 수가 페이스북을 앞지른 것이다. 특히 틱톡 라이트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 틱톡 韓 사용자 1000만명 육박
22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틱톡(TikTok)의 지난해 12월 MAU(월간활성사용자수)는 약 467만명, 틱톡 라이트(TikTok Lite)는 약 465만명으로 집계됐다. 두 앱의 합산 MAU는 932만명으로, 페이스북 MAU(864만명)보다 약 68만명 앞서면서 처음으로 제쳤다.
특히 틱톡 라이트는 출시 초기인 지난해 1월 MAU가 약 31만명에 불과했으나, 같은 해 12월 15배 이상 성장하며 틱톡 생태계 확장의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틱톡 라이트의 빠른 성장은 데이터 절약과 저사양 기기 지원이라는 차별화된 전략 덕분이다. 틱톡 라이트는 콘텐츠 소비에 집중한 경량 버전 앱으로, 틱톡 정식 앱과 동일한 추천 알고리즘을 제공하면서도 가벼운 앱 크기와 최소한의 데이터 소모로 사용자층을 크게 확대했다. 기존 틱톡 앱도 고급 편집 도구와 라이브 방송 등 콘텐츠 제작과 소비 모두에 적합해 안정적인 MAU를 유지하고 있다.

틱톡과 틱톡 라이트가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틱톡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틱톡의 성공 배경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콘텐츠 추천이 주효했다. 사용자가 선호하는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하며 몰입도를 높이고,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숏폼 콘텐츠는 짧고 중독성 강한 특성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대중화됐다.
반면 오랫동안 소셜미디어(SNS) 시장을 호령했던 페이스북은 MAU가 지난해 1월 991만명에서 같은 해 12월 864만명으로 약 13%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1020세대의 이탈과 숏폼 중심의 콘텐츠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 “미국발 규제가 한국 등 다른 국가에 간접 영향”
현재 미국에서는 틱톡이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퇴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4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미국인 개인정보를 대량 수집해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지법을 제정한 바 있다.
미 정부는 중국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틱톡은 최근 일시적으로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 20일(현지시각)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틱톡 서비스가 복구됐지만, 틱톡의 글로벌 운영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에 틱톡 금지 조치를 75일간 유예하며 해결책을 모색할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서비스를 금지하거나 폐쇄할 권한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미국 내 틱톡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틱톡은 대부분의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센터를 글로벌 단위로 관리하고 있어, 미국에서의 규제가 다른 국가 서비스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틱톡은 숏폼 콘텐츠 트렌드를 주도하며 페이스북 같은 전통적인 플랫폼의 입지를 빠르게 잠식했다”면서도 “미국 규제 리스크는 틱톡의 광고 수익과 운영 시스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어 한국에서도 서비스 안정성을 위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