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내부 모습. /카카오 제공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등 IT 협회·단체가 수도권에 설치된 데이터센터에 대해 조세 특례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인공지능(AI) 투자는 세액 감면 대상이지만, 수도권에 있는 관련 인프라는 예외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AI가 추론·학습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필수 시설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만큼, AI 개발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관련 기술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TOA, 인기협 등 IT 협회·단체 37곳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된 AI와 클라우드 사업은 연구·인력개발비 중 20~30%, 시설투자비 중 3~12%에 대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설치된 사업장은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요 인프라가 수도권에 과밀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수도권에 설치된 데이터센터도 세액 공제 대상이 아니다.

다만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용 고정자산'인 방송장비나 교환설비, 전송설비, 정보처리설비 등은 수도권에 있더라도 세액 감면을 받을 수 있다. IT 협회·단체들은 '정보처리설비'에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해달라는 요청을 기재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이 IT 기업이 처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전체 데이터센터 중 70%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네이버, 카카오의 데이터센터도 부산, 대구, 춘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서울, 경기권에 몰려있다. 일반적으로 IT 기업은 사업 초창기 관리를 위해 본사 인근인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한다. 최근 지자체가 데이터센터 이전·설립을 추진하며 수도권 의존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설비가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AI 산업이 세액 감면 대상으로 지정돼도, 대규모 투자 비용이 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세액 감면은 받을 수 없어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세액 감면을 위해 수도권 외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가동까지 최소 3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3일 AI를 조세특례제한법 상 국가전략기술로 상향해 세액공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I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만큼,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자체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산업은 연구·인력개발비의 30~40%, 시설투자의 15~25%에 대한 세액 감면을 받을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체 기술 수준이 높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수도권에 있는 설비에 대해 세액 공제를 해달라는 게 IT업계의 목소리"라며 "AI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함께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