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통과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독립성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에 방심위 위원장과 위원의 국회 탄핵 소추와 심의 과정에 대한 외부 감시를 가능하게 만드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간 독립 기구로 외부 간섭 없이 운영된 방심위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지고, 선거방송 심의 등에서 편파적인 왜곡 심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국회 과방위에서는 방심위 회의 인터넷 생중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방심위 위원장과 위원의 신분을 장⋅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한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이 국회 과방위를 통과했다. 방송통신업계는 두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의결이 가능한 정족수를 확보한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방송과 방송 광고, 인터넷으로 전파되는 정보에 대해 사후 심의하는 민간 독립 기구다. 심의 규정을 위반한 방송⋅인터넷⋅통신 사업자에 대해 제재를 내리고 권고 사항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기능을 수행했지만, 2008년 이 기능을 전담하는 민간 기구로 방심위를 설립했다. 정치 권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 야당이 추진 중인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은 방심위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독소 조항이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 위원장과 위원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만들면 국회 탄핵 소추가 가능해진다. 방심위 심의 과정이 전부 생중계되면 외부 감시가 용이해지고, 위원들의 자유로운 심의 진행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되면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방심위 위원장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방심위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하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과 업무를 논의하게 되고, 방심위가 민간 기구 형태로 존속함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언론 검열을 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방송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방심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탄핵할 수 있는 정부 공직자 신분이 되면 국회 다수당이 바뀔 때마다 탄핵을 수단으로 방심위를 흔들 수 있다”며 “선거방송 심의권을 가진 방심위가 정치권에 흔들리면 편향 방송 등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고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국회 다수당일 경우 국무회의에서 말을 안 듣는 방심위 위원장을 탄핵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확정될 경우 조기 대선을 대비해 선거방송 심의 권한을 가진 방심위를 무력화할 방안들을 법개정을 통해 밀어부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작년부터 방심위의 선거방송 심의 기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이관하는 법개정을 추진해왔다.

홍대식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장은 “방심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번 법 개정안은 과도한 조치”라며 “심의 과정 생중계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측면에선 필요하지만, 역효과와 부작용도 예상된다.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심의가 여론에 의해 선동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