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미국 마이크론이 대만 타이중 지역에 제3 사옥을 개관하고 2000여명 수준의 인력을 신규 충원할 계획이다. 메모리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첨단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 현지 인력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 출신 엔지니어들까지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각) 대만 공상시보는 “직원 수 1만1000명을 보유한 마이크론 타이완이 채용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12개월 내에 대만에서 200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대만 타이중 지역에는 마이크론의 최대 D램 생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론의 HBM도 이곳에서 제조된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를 추격하기 위해 제3 사옥 건설과 함께 인재 확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론은 최근 대만에서 근무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 기업을 포함한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경력 채용을 경기도 판교 일대 호텔 등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초 서울시립대·부산대·경북대 등 일부 국내 대학에서 ‘당일 채용(사전 지원자 대상)’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채용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공계열 졸업 예정자와 석박사 과정 기졸업자가 주요 대상으로, 공정과 품질·장비·설비·생산 엔지니어 등 10개 이상 직무에서 채용이 진행됐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엔지니어들을 꾸준히 영입해 기술력을 제고해 왔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올해 삼성전자가 인사를 단행하면서 상당수 엔지니어들이 퇴직한 만큼 마이크론으로의 이직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공정 및 개발 기술이 이전된다면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마이크론은 제3 사옥 개관과 함께 첨단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중국 CXMT 등의 저가 물량 공세로 범용 메모리 사업이 위축될 조짐이 보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서버용 D램과 같은 첨단 D램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루동휘 마이크론 타이완 대표는 25일 진행된 제3 사옥 개관식에서 “마이크론은 D램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그동안 대만에 1조대만달러(약 44조8000억원)을 투자해 왔다”며 “대만에서 10나노급 5세대(1b) D램이 양산 단계에 돌입했으며,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10나노급 6세대(1γ) D램도 내년 상반기 양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나노급 첨단 D램 공정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첨단 공정이 적용돼 크기는 줄어들고 성능과 전력 효율은 좋아진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1a·1b D램을 주력 제품으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생산능력도 확충할 방침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시장 점유율을 3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에서 마이크론은 9%로 SK하이닉스(53%)와 삼성전자(38%)에 크게 뒤처져 있지만, 삼성전자에 앞서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을 공급하며 기술력에선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내년 연간 6만개의 HBM을 양산할 수 있도록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