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 매출 상위게임 차트./모바일인덱스 캡처

한국 게임사들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외산 게임들에 내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매출 목록에서 외산 게임들이 국산 게임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게임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색인 국내 게임에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절반 이상 외산 게임… 대부분 중국 게임사

27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구글플레이 앱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6개를 외산 게임이 차지했다. 매출 1위는 중국의 퍼스트펀이 만든 ‘라스트워: 서바이벌’이 차지했다. 그 외 ▲4위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5위 ‘젠레스 존 제로’ ▲6위 ‘로얄 매치’ ▲7위 ‘로블록스’ ▲10위 ‘카피바라 고(GO)’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사정은 더했다.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8개가 외산 게임이었다. 앱스토어 매출 1위 역시 ‘라스트워: 서바이벌’이었다. 이어 ▲2위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4위 ‘포켓몬 카드 게임 포켓(Pocket)’ ▲5위 ‘카피바라 고(GO)’ ▲6위 ‘붕괴: 스타레일’ ▲8위 ‘로블록스’ ▲9위 ‘브롤스타즈’ ▲10위 ‘로얄 매치’ 등이 대표적이었다.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중국 게임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구글플레이에서는 매출 상위 6개 중 3개 게임이, 앱스토어에서는 매출 상위 8개 중 4개 게임이 중국산이다. ‘라스트워: 서바이벌’는 올해 들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누르고 두 마켓에서 모두 매출 순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게임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에서 올린 수익이 전년 대비 33배 증가한 2억5000만달러(35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올린 전체 수익의 21.4%에 해당한다.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의 ‘라스트 워: 서바이벌’ 게임 화면. /인스타그램 광고 캡처

◇ 신작 공백·비MMORPG 선호 파고든 외산 게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외산 게임들이 점령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국산 게임의 경우 기존 작품의 인기 하향세와 흥행 대작 공백으로 생긴 틈을 타 외산 게임들이 공세를 펴고 있다. 올해 출시된 국내 게임 중 마켓 상위권에 안착한 게임은 극소수이며 통상 개발 기간 등으로 매달 국산 대작이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 탓에 신작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앞선 기대작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공백기가 길어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MMORPG 일색인 국내 게임에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 상위권에 오른 외국산 게임의 공통점은 비(非)MMORPG 장르다. 캐주얼 게임,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수집형 액션 RPG, 전략 시뮬레이션 등 다양하다. 국내 MMORPG 장르의 경우 저마다 비슷한 성장 구조, 일률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지나친 과금과 경쟁 유도 등이 게이머들의 피로도를 가속화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운영 논란도 등을 돌리게 한 이유로 지목된다.

게이머들의 세대 교체로 국산 게임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MMORPG가 주류였던 과거 세대와 달리 1020세대들은 시간과 돈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는 게임을 선호한다. 인스타그램의 릴스나 틱톡 같은 숏폼(짧은 영상)을 즐기는 이들은 게임도 플레이 시간이 짧은 게임을 선호하는데, 해외 게임들이 그 니즈를 잘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1020세대들은 진득하게 앉아 MMORPG를 플레이할 시간이 없어 캐주얼 게임이나 스낵 게임을 찾고 있다”며 “아울러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 운영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게임 운영에 대한 의심이 불신으로 바뀌면서 국내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