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미래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5’가 다음 달 7~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올해 주제는 ‘몰두하다’ ‘파고들다’라는 뜻의 ‘다이브 인(DIVE IN)’으로, 한층 더 발전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전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겠다는 의미다.
이번 CES의 핵심 키워드는 전 산업에 적용된 AI다. CES 주최 기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측은 “내년에는 특히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된 신개념 제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AI와 더불어 첨단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기술 트렌드도 집중 조명될 전망”이라고 했다.
◇ 젠슨 황이 포문 열어… 몰입형 공연장 ‘스피어’서도 기조연설
전 산업을 관통하는 AI가 CES 2025의 주요 주제인 만큼 다양한 산업 분야의 리더들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AI 기술을 소개한다. 8년 만에 다시 CES 무대에 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달 6일 첫 번째 기조연설을 맡는다. 그는 AI 시대 핵심인 차세대 반도체를 포함해 기술 산업의 혁신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유키 쿠수미 파나소닉 홀딩스 CEO는 내달 7일 ‘더 나은 미래를 향해(WELL into the Future)’를 주제로 파나소닉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과 첨단 솔루션을 공유한다.
델타항공과 볼보를 비롯해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CEO도 기조연설에서 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소개할 계획이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는 내달 7일 항공 산업에 적용된 최첨단 기술에 관해 발표한다. 그는 전시관 근처 호텔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다른 CEO들과 달리, CES 최초로 라스베이거스의 명물로 꼽히는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 무대에 선다. CTA 측은 “청중들이 몰입형 공연장에서 마치 델타항공을 타고 미래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틴 룬드스테드 볼보 CEO는 내달 8일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운송 시스템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웨이모 공동 CEO인 테케드라 마와카나도 8일 기술 리더 만찬에서 기조연설을 맡는다.
일론 머스크가 회장으로 있는 미국 테크기업 X 법인(X Corp)도 기조연설에 나선다. X 법인의 린다 야카리노 CEO는 내달 7일 진화하는 소셜 플랫폼 기술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이밖에 북미 최대 위성 라디오 및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업체 시리우스 엑스엠(SiriusXM)과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디지털전환 서비스 기업 액센추어 CEO도 기조연설을 통해 각 사의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다.
◇ 韓 기업 ‘역대 최다’ 800여곳 참여… 일제히 AI 강조
26일 CTA에 따르면 이번 CES에는 160개국에서 기업 4500여곳이 참여한다. 한국 기업은 역대 최대 규모인 800여곳으로, 삼성전자, LG전자, SK, LS 등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도 대거 참여해 AI 기술을 뽐낸다. 이번 CES에 전시되는 AI 제품은 작년보다 50%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직전 CES와 마찬가지로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주제로 내세우고, 모든 가전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AI 홈’ 기술을 강조한다. 개막 전날인 6일엔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홈 AI’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같은 날 미디어 콘퍼런스를 통해 AI로 변화하는 미래 일상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서 LG전자는 가전 일변도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AI 기반 콘셉트카를 선보인다.
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를 형상화한 1950㎡(약 580평)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해 SK텔레콤 등 계열사가 보유한 4가지 핵심 데이터센터 솔루션(AI·에너지·운영·보안)을 소개한다. SK하이닉스가 자랑하는 5세대 HBM(HBM3E) 16단과 국내 AI 칩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I 반도체도 전시된다.
현대차그룹 중 이번 CES에 유일하게 참가하는 현대모비스는 사람과 기술의 경계를 허문 ‘휴먼 테크’를 앞세운다. 차량 전면 유리창에 각종 정보를 띄워주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과 뇌파를 기반으로 운전자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기술 등을 공개한다.
◇ 디지털 헬스·첨단 모빌리티·로봇 제품 대거 출품
AI 이외에도 초고속 대용량 연산을 가능케 하는 양자컴퓨팅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삼일PwC는 “AI 이후 게임 체인저로 양자컴퓨팅이 부각될 것”이라며 “CES 2025에서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양자 행사와 협력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양자 기술을 활용한 사업 기회 창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기업들은 AI 기반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케어, 첨단 로봇 분야에 대거 출품한다. 소니는 가정 내 4개의 무선 스피커로 12개의 가상 스피커를 생성하는 최고혁신상 수상 제품을 앞세워 AI 홈 기술을 소개한다. 미국 디지털 헬스 기업 싱크론은 음성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집안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한다. 로봇기업 쿠보타의 북미지사와 중국의 하이퍼쉘은 각각 농업 및 건설 분야용 4륜 로봇과 야외 활동을 돕는 외골격 장치 로봇으로 ‘CES 2025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도요타는 5년 만에 CES를 찾아 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인다. 미래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 ‘우븐시티’를 기반으로 전기차 비전과 콘셉트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혼다도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며, 메르세데스 벤츠는 생성형 AI 기반 가상 비서와 이를 활용한 전기차를 소개한다. 전통적인 기술 기업들 역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혁신 기술을 내놓는다. 소니는 차세대 비디오 게임 콘솔을 내장한 ‘아필라’(혼다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를 이번 전시에서 공개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