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AMD가 AI 스타트업 xAI에 동시에 베팅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는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올해 세계 최대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한 xAI는 엔비디아와 AMD 입장에선 놓쳐서는 안 될 큰손 고객으로 부상했다.
xAI는 이달 초 완료한 60억달러(약 8조7500억원) 규모의 시리즈C(스타트업 후기 투자) 펀딩 라운드에 엔비디아와 AMD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이들 기업을 포함해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인 A16Z,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사우디아라비아 및 카타르 국부펀드 등 총 97곳이 참여했다. xAI는 “확보한 자금은 향후 수십억 명이 이용할 획기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했다. xAI의 기업가치는 500억달러(약 73조2100억원)로, 지난 5월 시리즈B(스타트업 투자 단계 중 사업 본격 확장 단계) 투자 당시의 240억달러(약 35조1400억원)에서 두 배 넘게 올랐다.
xAI는 머스크가 오픈AI에 대항해 지난해 7월 설립한 회사다. 오픈AI의 초기 창업 멤버이기도 한 머스크는 2016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첫 AI 슈퍼컴퓨터 ‘DGX-1′를 직접 전달받은 인연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xAI의 경쟁사를 주요 고객으로 둔 엔비디아와 AMD가 xAI 펀딩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xAI는 “엔비디아와 AMD는 xAI의 인프라 확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와 AMD의 이번 투자를 두고 업계에선 빅테크들의 자체 AI 칩 개발 열풍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는 엔비디아 AI 칩 수백만 개를 구입해왔지만,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들 기업은 최근 브로드컴과 마벨 같은 칩 설계업체와 손잡고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MS가 사들인 엔비디아의 주력 AI 호퍼 칩은 48만5000개에 달한다. 메타는 22만4000개, 아마존은 19만6000개, 구글은 16만9000개의 호퍼 칩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당 가격이 3만달러(약 4400만원)을 호가하는 데다 운영 비용이 높아 업계에선 이를 ‘엔비디아 택스(tax)’라고 부를 정도다.
이런 가운데 xAI는 엔비디아와 AMD에 든든한 고객이다. xAI는 이번 발표에서 지난 5월 시리즈B 투자 유치 이후 세계 최대 AI 슈퍼컴퓨터 ‘콜로서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xAI는 “콜로서스는 통상 수년이 걸리는 업계 시간표와 비교해 122일 만에 완전 가동에 성공했다”며 “곧 콜로서스 규모를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엔비디아 호퍼 AI 칩 20만 개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xAI의 AI 추론 모델 ‘그록2′는 머스크가 올해 인수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현 X)를 기반으로 무료 제공되고 있다. 이 모델은 챗GPT처럼 추론 능력을 갖춰 웹 검색과 이미지 생성 기능을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등 외부 자본을 활용해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선두 주자인 오픈AI를 머지않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