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주가가 양호한 실적과 미국발 인공지능(AI) 랠리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증시를 이끄는 AI 사이클의 중심이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자 국내 소프트웨어주들도 수혜를 누리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관련주들이 장중 급락을 거듭하며 일종의 ‘테마주’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국내 주요 SW 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상승했다. 이 기간 이스트소프트는 1만4380원에서 2만5700원으로 78.7%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솔트룩스는 1만5600원에서 2만4800원으로 58.9%, 한글과컴퓨터는 1만7950원에서 2만2200원으로 23.6% 올랐다. 엠로와 더존비즈온은 3개월 새 각각 19.9%, 18.6% 상승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놓은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존비즈온은 올 3분기 매출 970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5%, 29.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엠로는 영업이익이 43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8.4% 늘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올 3분기 매출 712억원, 영업이익 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9%, 160% 증가한 수치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차기 AI 주도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국내 관련주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AI 소프트웨어 기업 팰런티어는 최근 세 달간 주가가 117% 상승했다. 기존 AI 주도주인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이 높아진 상황에서 팰런티어가 AI 관련 실적으로 기대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분야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율 관세 부과 정책에서 자유로운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주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일종의 ‘테마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더존비즈온은 지난 4월 국내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도전한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하루 만에 19.1% 급등한 후 내려앉았다. 한글과컴퓨터 역시 올 초 인공지능(AI)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주가가 3만8450원까지 한 달 새 두 배 이상 치솟았으나 ‘반짝 흥행’에 그쳤다.
이들 기업은 내년 AI 서비스 확대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더존비즈온은 클라우드와 AI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법률‧의료‧공공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며,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자연어 기반 AI 비서 ‘한컴어시스턴트’와 AI 기반 지식베이스 ‘한컴피디아’를 출시했으며, 폴라리스오피스는 1억3000만명의 글로벌 사용자 기반을 통해 AI 문서 작성 지원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엠로의 경우 자체 기술로 구현한 AI 솔루션 ‘스마트 아이템닥터’가 국내외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기업 구매 시스템에 쌓인 방대한 품목 데이터 유사도를 AI가 자동 분석하고 분류한다. 국내와 일본에서 특허를 등록했으며 미국에서도 특허 등록이 결정됐다. 이스트소프트는 그간 고도화해 거대언어모델(LLM)을 바탕으로 한 AI 검색엔진 ‘엘런’을 출시해 향후 AI 검색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SW 기업들의 AI 전략에 증권가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 시장이 커지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겠지만 이익 모멘텀의 한계와 수출 규제 부담 요인이 존재한다”며 “반면 소프트웨어는 AI 기반 서비스 출시가 본격화하고, 대선 불확실성 해소 후 기업들의 투자가 재개되면서 새로운 주도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