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초대형 TV 수요가 이어지면서 초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내년 초에도 상승 흐름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TV와 달리 노트북 등 IT 기기 수요는 여전히 지지부진하지만,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트럼프 2기 관세 위협에 대비해 패널을 미리 비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격 하락세가 완화됐다. 향후 IT 제품용 패널 가격은 내년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향방이 정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LCD TV 패널 가격은 올 4분기부터 하락을 멈추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65인치 LCD TV 패널의 12월 평균 가격은 173달러로 전달 대비 1달러, 75인치와 85인치는 전달 대비 2달러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초 업계에선 올 4분기 TV 패널 가격이 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으나, 초대형 TV 수요가 예상보다 개선돼 연말에 이어 내년 초에도 대형 패널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게 트렌드포스의 주장이다.
대형 크기를 중심으로 패널값이 오르는 건 세계 최대 TV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수요가 높아서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올 3분기부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소비에 15~20%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영향으로 중국 내 초대형 TV 소비가 늘었다. 보조금 지원 정책이 내년에도 연장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 내수 브랜드 위주로 대형 패널 수요가 내년에도 높게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판 보위 트렌드포스 부사장은 “이달 들어 전반적인 TV 수요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비록 연말 재고 관리에 돌입한 글로벌 TV 브랜드들의 패널 구매 동력은 다소 약화했으나, 중국 TV 브랜드들은 보조금 지원 정책 영향으로 패널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32인치에서 55인치 패널 가격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측되며 대형 패널이 TV 패널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가격이 바닥을 맴돌던 모니터와 노트북용 LCD 패널은 연말 들어 ‘반짝 수요’가 감지되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수차례 언급해 온 만큼, 일부 글로벌 PC 브랜드는 실제 제품 수요와 별개로 모니터·노트북 패널 재고를 선제적으로 쌓아두고 있다. 이에 따라 11월까지 꾸준히 떨어지던 모니터 패널값은 이달 들어 대부분의 모델에서 보합세를 보였다. 노트북 패널 역시 일시적인 재고 확보 수요에 따라 이달에는 가격이 지지선을 형성하며 하락을 멈췄다.
일각에선 PC 브랜드들의 긴급 주문이 잇따를 경우 패널 제조사들이 단기간에 이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에 시달려온 패널 업체들은 올해 가동률을 높지 않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넘치는 수요 일부가 내년 1분기로 이연돼 IT용 LCD 패널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멈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내년 1분기 이후 패널 가격이 안정세를 이어가며 수년 만에 반등에 성공할지 여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그에 따른 PC 브랜드들의 재고 비축 속도에 달려있다고 트렌드포스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