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조작과 낮은 몰입도를 강점으로 내세운 방치형 게임이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40대의 62.3%, 50대의 45.7%가 게임을 한다고 답했다. 60대 게이머도 29.9%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는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조사에서 40대 게임 이용률이 50.8%였던 점을 고려하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치형 게임은 플레이어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캐릭터 육성과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다. 최근 RPG(역할수행게임)를 넘어 슈팅, 핵앤슬래시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진화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는 이러한 간단한 조작과 꾸준한 보상 구조 덕분에 중장년층 게이머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중장년층 게이머의 비중이 늘고 있다. 유럽 최대 게임 무역 협회인 ‘비디오게임 유럽’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럽 인구의 53%가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특히 45~64세 게이머는 전년 대비 100만명 증가한 25%를 차지했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의 조사에서도 50세 이상 인구의 45%가 게이머로, 이는 전체 게이머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로 나타났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방치형 게임을 통해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성공에 이어, 현재 글로벌 사전등록 중인 방치형 게임 ‘킹오브파이터 AFK’를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이 작품은 대전격투게임 ‘킹오브파이터’ 시리즈의 네오지오 포켓판을 재해석해 레트로 감성과 간편한 조작을 특징으로 한다. 네오위즈는 독특한 아트 스타일과 간단한 게임성으로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고양이와 스프’를 통해 방치형 게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컴투스는 방치형 RPG ‘갓앤데몬’과 ‘서머너즈 워: 러쉬’를 준비 중이다. ‘갓앤데몬’은 영웅 수집과 조합, PvP, 길드 협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서머너즈 워: 러쉬’는 타워 디펜스와 방치형 콘텐츠를 결합한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두 작품 모두 내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방치형 게임 ‘저니오브모나크’로 최근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톱5에 오르며, 기존 리니지 팬층과 새로운 이용자층 모두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위메이드커넥트는 서브컬처 스타일을 강조한 신작 ‘로스트소드’를 준비 중이며, 중견 게임사와 인디 개발자들도 방치형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치형 게임은 대형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에 필요한 개발 인력의 5분의 1 수준으로도 제작이 가능해, 개발비와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방치형 구조를 반복하는 게임은 이용자의 흥미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새로운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