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국민 소셜미디어(SNS)로 불렸던 싸이월드가 내년 하반기 서비스를 부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싸이월드는 ‘추억의 SNS’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러 차례 서비스 중단과 재개를 거치며 이전 만큼의 화제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국내 SNS 원조’ 싸이월드, 내년 하반기 부활 예고
19일 업계에 따르면 싸이커뮤니케이션즈(이하 싸이컴즈)는 이달 싸이월드의 신규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싸이컴즈는 내년 하반기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를 목표로 사용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내년 1분기에는 싸이월드 초기 목업 버전을 개발해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테스트(FGT)를 실시한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기존 싸이월드의 방대한 데이터들을 복구하는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싸이컴즈는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글로벌 SNS가 장악한 시장에서 따뜻하고 감성적인 SNS로서 싸이월드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싸이월드만의 감성을 계승하되 미니미, 도토리, 클럽, 마이홈 등 기존 싸이월드 요소를 최근 SNS 트렌드와 사용성에 맞게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는 마이홈, 다른 사람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채팅 기능인 클럽을 중심으로 개인화된 SNS로 운영할 방침이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10년간 인기를 끌었지만, 모바일 시대 적응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싸이월드는 공동체 개념이 큰 커뮤니티보단 1인 계정 중심 미니홈피로 국내 SNS 전성시대를 열었다. 디지털카메라 보급 확대 등 시대적 배경도 싸이월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니홈피를 꾸미는 캐릭터, 음악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버 머니 ‘도토리’를 판매하며 안정적인 수익원도 확보했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인수 후 PC 메신저 네이트온과 연동하자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다만 미니홈피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한계는 블로그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2007년 ‘홈2′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2011년 페이스북, 트위터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와중에 악재가 터졌다.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모바일 중심으로 SNS 시장이 재편되며 싸이월드의 입지가 축소됐고, 2014년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도 결별했다.
◇ 반복되는 ‘부활→실패’… 글로벌 SNS와의 차별성 의문
싸이월드의 부활 소식에 아직까지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사용시간은 224억분으로 전년보다 62억분 늘었다. 같은 기간 유튜브의 사용시간은 1083억분에 달하며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복되는 서비스 중단과 재개 역시 대중의 기대감이 잦아든 요인이다. 2016년 싸이월드는 프리챌 창업자가 인수했지만, 경영난이 심해지자 2019년 국세청에 사업자 폐업 신고를 했다. 2021년 새로운 주인 싸이월드제트(Z)가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싸이월드Z는 미니홈피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2022년 4월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주요 게시글 대부분이 복구되지 않아 원성을 샀다. 결국 지난해 8월 싸이월드는 또다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달 싸이컴즈가 기존 법인으로부터 싸이월드 데이터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반복되는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싸이월드가 ‘추억’ 요소뿐만 아니라 SNS로서 지속할 만한 요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 감성 이미지만 계속 활용한다면 이용자의 추억을 자극해 출시 초기에만 ‘반짝’ 관심을 끌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4월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 당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381만8395명까지 치솟았다. 다만 서비스를 종료할 당시 MAU는 63만명까지 떨어졌다.
또 SNS의 핵심 이용층인 1020세대 등 신규 이용자를 끌어오는 것도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SNS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들 플랫폼은 소통, 게임, 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싸이월드의 추억 마케팅은 대다수 SNS의 주요 이용층인 1020세대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며 3040세대 역시 반복되는 마케팅에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며 “중장기적 서비스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싸이월드만의 결정적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