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2025 회계연도 1분기(2024년 9~11월)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마이크론은 내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강력해 최첨단 D램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휴대폰과 PC 등 범용 메모리 시장 수요 둔화로 마이크론이 제시한 2025 회계연도 2분기(12~2월) 전망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에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5% 넘게 급락했다.
◇ 마이크론, “HBM 사업 궤도 올라 실적 대들보” 자신감
18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85% 증가한 87억1000만달러(약 12조65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24억달러(약 3조4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 총이익률(매출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률)은 39.5%다. 특정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1.79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예상치(매출 86억8000만달러, 주당 순이익 1.73달러)를 상회하는 실적이다.
HBM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제품 매출은 처음으로 마이크론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400% 이상 성장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HBM 출하량은 계획보다 앞서 나갔으며 HBM 매출은 2개 분기 연속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매출 역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메흐로트라 CEO는 “회사의 가장 큰 데이터센터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은 회사 전체 수익의 약 13%였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HBM 수요가 내년에도 여전히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확신하며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HBM 5세대(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메흐로트라 CEO는 “HBM을 비롯한 데이터센터용 D램 수요가 왕성해 첨단 D램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마이크론은 HBM 목표를 달성하며 궤도에 올랐고, 2025년 내내 회사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HBM의 최대 시장 규모는 올해 160억달러(약 23조2300억원)에서 2028년까지 4배가량 성장하고 2030년에는 1000억달러(약 145조22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 HBM 사업 호조에도... 범용 메모리 시장 침체에 전망치 낮춰
강력한 데이터센터 수요에도 마이크론은 범용 메모리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2025 회계연도 2분기 출하량 전망치를 낮췄다. 메흐로트라 CEO는 “소비자 중심 제품군에서 고객들이 재고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그 영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분기에도 범용 메모리 시장 침체 흐름은 감지됐다.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HBM 등을 담당하는 컴퓨팅 및 네트워킹 사업부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6% 증가한 44억달러(약 6조3900억원)에 달했으나, 모바일 사업부와 범용 메모리 제품 위주인 임베디드 사업부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각각 19%, 10% 뒷걸음질 쳤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2분기에 매출 약 79억달러(약 11조4600억원), 주당 순이익 1.5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월가가 예상한 매출 89억9000만달러(약 11조4600억원), 주당 순이익 1.92달러와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전망치다. 이를 두고 메흐로트라 CEO는 “현재 이어지고 있는 고객사들의 (범용 재고) 조정 기간은 그래도 비교적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는 봄에는 고객 재고가 건강한 수준에 도달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더 많은 비트 출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범용 재고 조정이 올 연말이면 끝날 것으로 기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