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10만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가 발행한 가상화폐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위메이드와 카카오게임즈의 가상화폐는 가격이 한 달 새 80% 이상 뛰었다. 게임사들은 코인 가격을 부양하기 위해 생태계 확장 등에 나서고 있다.
2일 가상자산 전문 시황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 카카오게임즈의 보라(BORA), 넷마블의 마브렉스(MBX), 컴투스홀딩스의 엑스플라(XPLA), 네오위즈의 네오핀(NPT) 등 국내 게임사가 발행한 가상화폐가 한 달 새 가격이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시가총액이 큰 위믹스는 전날 종가 기준 1.35달러에 거래돼 지난달 0.74달러 대비 82.4% 뛰었다. 같은 기간 보라는 0.08달러에서 0.15달러로 가격이 87.5% 올랐고, 마브렉스는 0.36달러에서 0.52달러로 가격이 44.4% 상승했다. 엑스플라와 네오핀도 각각 37.5%, 26.3% 올랐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그간 침체됐던 게임사 가상화폐도 가격 상승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게임사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P2E(Play to Earn·플레이로 돈 벌기) 게임 시장을 노리고 출범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가상자산)이다.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게임에서 얻은 자원을 가상화폐와 교환해 현금화하거나 아이템·캐릭터를 NFT로 만들어 다른 이용자와 거래할 수 있는 게임이다. 기존 인터넷 기술을 일컫는 ‘웹(Web)2′와 비교해 ‘웹3′ 게임이라고도 불린다.
다만 완전히 탈중앙화된 비트코인과 달리 게임사 가상화폐는 게임사가 발행·유통 권한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가상자산으로 분류된다. 실제 위믹스의 경우 유통량 공시 문제로 지난 2022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결정에 따라 상장 폐지되면서 폭락한 뒤 지난해 초 재상장했다. 이에 게임사 가상화폐는 ‘반짝 흥행’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사들은 가상화폐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게임 생태계 확장 등 여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발행한 가상화폐는 대개 이들이 출시한 게임 내에서 기축 통화로 사용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게임사들은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거나 가상화폐의 활용도를 확장하는 방법을 통해 가격 부양에 나서고 있다.
위메이드의 위믹스 재단은 지난달 25일 일본의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블록체인 게임 ‘덴덴가든’(가칭)과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위메이드는 내년에 선보일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 국내 버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 넷마블은 지난 10월 마브렉스를 통해 대체불가능토큰(NFT) 어드벤처를 출시하는 등 블록체인 연동을 준비하고 있다. 컴투스는 엑스플라 생태계를 구축하고 ‘웹3′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사의 가상화폐 시장은 제한적이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하거나 이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기능이 포함된 게임을 국내에서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에 가상화폐를 활용한 P2E 게임은 사실상 한국 내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가 만든 가상화폐 가격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코인을 자산으로 취급하는지 또는 P2E 생태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있다”며 “P2E 산업 성장에 게임업계 가상화폐의 향후 전망이 달린 만큼 관련 규제 해결에 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