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29일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반도체(DS) 부문에서만 100여명의 임원이 퇴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에 삼성 반도체에서 100여 명의 임원이 퇴직하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한정된 국내 기업 대신 중국행을 선택하는 임원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앞서 27일 진행한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 이어 29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임원진이 과포화된 DS부문에서 임원진 규모를 대규모로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약 400명의 임원 중 100여 명이 이번 인사를 통해 퇴직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에는 메모리 사업부 출신의 베테랑 임원들도 다수 포함될 전망이다.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이 약화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부서 간 소통의 벽이 생기고 리더 간·리더와 구성원 간 공동의 목표를 위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와 의지만 반영된 비현실적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가 퍼져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은 삼성 반도체의 부서 간 협업 프로세스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를 지나치게 비대해진 임원 조직을 문제로 꼽고 있다. 내부에서는 삼성전자가 팬데믹 기간에 전 세계적인 IT 기기 수요 급증으로 예상치 못한 호황기를 보내면서 조직을 효율화해야할 시기에 오히려 ‘승진 잔치’를 벌인 것이 패착이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임원 인사 이후 삼성 반도체를 떠나는 임원들 중 상당수는 50대에서 60대 나이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이후 새로운 커리어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기존에도 중화권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가 점점 늘면서 기술 유출에 대한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삼성 반도체의 오랜 노하우를 지닌 전문 인력이 대거 풀리는 것에 대해 우려가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전직 임원들이 메모리 기술을 중국 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25일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서 임원을 지난 최모(66)씨가 삼성의 독자 개발 20나노 D램 핵심 공정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4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삼성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브로커를 통해 소수의 거물들만 물밑 접촉하던 중국 기업들은 이제 대놓고 연봉의 3~4배를 제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과거에는 아주 드문 예시였다면 이제 다른 나라 국적으로 위장한 중국계 자본의 반도체 회사로의 이직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오래 근무한 전문가들을 해외 기업이나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고 국내에 붙잡아 두려고 정부와 협회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특허청의 심사역이나 산학 협력을 통해 교육 분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높은 연봉을 받으며 스카우트 되는 엔지니어들을 모두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