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이종 산업 간 수요-공급 기업 연계’ 행사에서 박명준 삼성전기 프로가 발표하고 있다./전병수 기자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분야에서 1위 기업인 일본 무라타제작소에 근접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력 시장인 IT용 MLCC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이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어 경계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이종 산업 간 수요-공급 기업 연계’ 행사에서 박명준 삼성전기 프로는 ‘MLCC 제품 개발 트렌드 및 공정개발 방향’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며 “그동안 일본 경쟁 기업에 기술력이 밀렸던 것을 사실이지만, 탑재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AI용 MLCC 시장에서 무라타제작소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 제품인 MLCC는 스마트폰·차량 등 전자제품 안에서 신호 간섭을 제거하고, 반도체 부품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올 3분기 삼성전기 보고서 기준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 매출은 3조380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은 무라타제작소가 40%, 삼성전기가 23~25% 수준으로 집계된다.

AI 시장 개화로 MLCC 탑재량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무라타제작소에 따르면 AI 서버에는 기존 서버 대비 10~20배 이상의 MLCC가 채용된다. 삼성전기도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에서 매출 선두권을 유지하며 관련 분야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박 프로는 “AI용 MLCC 분야에서는 무라타제작소와 삼성전기만이 고용량·고신뢰성을 확보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해당 영역에서는 무라타제작소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삼성전기는 MLCC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달 30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 공장을 생각하고 있는데, 투자하면 (공장 완공 및 가동까지) 한 2년 걸린다고 생각했을 때 빨리 지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투자 규모와 관련해서는) 시장 수요 등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박 프로도 “현재 국내 생산기지의 MLCC 가동률은 최대치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시설 투자를 얼만큼 추진할지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부산 등 MLCC 공장에서 공정 개발을 진행하기 어려울 만큼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박 프로는 중국 기업의 MLCC 기술력이 빠른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까지만 해도 중국 MLCC 기업과는 10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전장 등에서는 두각을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IT용 MLCC 시장에서는 강력한 내수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지역에서 발생하는 MLCC 수요는 지난 2021년 전체 시장의 40%를 넘어설 만큼 업계 큰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중상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글로벌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 시장 규모는 1204억위안(약 23조1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 증가했으며 2026년에는 1547억위안(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MLCC 업계 주요 회사로는 싼환과 펑화, 훠쥐 등이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최대 MLCC 생산 기업 중 하나인 싼환은 지난해 57억2700만위안(약 1조10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