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서 근무 중인 인공지능(AI)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현지 사무소를 두고 업계 평균 대비 2배 이상의 연봉과 스톡옵션 조건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중국 인재들은 본국으로 돌아와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는 등 ‘차이나 리턴’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27일 중국 스타트업 정보 제공업체 IT주쯔(itjuzi.com)가 내놓은 ‘중국 AI 창업자 경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학·석·박사 학위 취득 후 바로 창업하는 경우는 1% 미만인 반면, 외국 기업에 취직한 이후 본국에 돌아와 창업을 하는 이른바 ‘차이나 리턴’은 40%에 달했습니다. 중국 AI 기업 창업자들이 몸담았던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2위)와 구글(5위)이 많았으며, 이 밖에 삼성·IBM·인텔·오라클도 포함됐습니다.
중국판 챗GPT ‘키미’를 개발한 문샷AI는 메타와 구글 출신이 창업했으며, 스마트 안경 개발업체 이븐 리얼리티 역시 애플 출신이 설립했습니다.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대표 로보택시 기업 위라이드의 공동 창업자는 MS와 페이스북에서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차이나 리턴’ 행렬이 개인 차원을 넘어 중국 기업 차원에서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메이투안 등 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수 인재 영입을 목표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AI 연구개발 조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기업들이) AI에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게 된 후 캘리포니아에 팀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알리바바가 링크드인에서 미국 내 AI 인력 등을 채용하는 공고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엔지니어들에게도 긴밀히 접근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AI팀을 별도 스타트업으로 분사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알리바바는 미국 내에서 머신러닝(ML) 엔지니어를 비롯해 제품 마케팅 매니저 등의 모집공고를 낸 상태입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12일 AI 기반 소싱 플랫폼 ‘아씨오(Accio)’를 공개하고, 미주 지역을 비롯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을 선언했는데 전문가 영입에만 연간 1억달러(약 1398억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바이트댄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정도 AI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틱톡 AI 통합팀과 대규모 언어모델 ‘두바오(Doubao)’ 개발팀 등 복수의 연구조직을 운영하며, 중국과 싱가포르 연구진과 협력 중입니다.
외신에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대해 중국이 정면으로 맞붙는 대신, 소프트웨어와 인재 확보로 살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FT는 “지난 2022년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이후 전 세계가 생성형 AI를 비롯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의 첨단 칩에 대한 접근성 부족과 정보 검열이라는 두 가지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중국의 기술 생태계는 저렴한 소규모 LLM 기반 AI 서비스를 쏟아내는 실행력과 실용주의로 추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