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재팬' 행사에서 AI 가속기 '블랙웰'을 설명하고 있다./엔비디아 중계 캡처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며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성적을 냈으나, 4분기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 최고점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는 장외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각) 3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94% 증가한 350억8000만달러(약 49조원),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06% 급증한 193억달러(약 27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0.81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331억6000만달러(약 46조원)를 웃돌고, 주당 순이익도 예상치 0.75달러를 상회했다.

3분기 엔비디아 매출은 대부분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나왔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308억달러(약 4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288억2000만달러·약 40조원)도 상회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엔 주력 AI 칩인 H200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은 올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를 시작해 내년부터 판매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을 약 375억달러(약 52조원)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71억달러(약 51조원)를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일부 예상치가 410억달러(약 57조원)에 이르렀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시장의 기대는 AI 열기가 현실을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올해 내내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은 공급 부족에 시달렸고, 블랙웰은 제조 문제로 출시가 지연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랙웰이 ‘완전 생산’ 상태에 있다고 전하며 “향후 몇 분기 동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엔비디아 컴퓨팅으로의 전환이 가속하고 있다”며 “(H100과 H200 칩 등) 호퍼에 대한 수요와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블랙웰에 대한 기대는 놀랍다”고 했다. 크레스 CFO는 “블랙웰의 생산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마스크 변경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며 “4분기부터는 기존 호퍼와 새로운 블랙웰 시스템을 모두 출하할 계획이지만, 두 시스템 모두 수요가 높아 일부 공급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3% 이상 하락했다가 1.4% 내외로 낙폭을 줄였다. 미 리서치 업체 이마케터의 제이콥 본 연구원은 “시장은 여전히 블랙웰 생산 확대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실수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카슨 그룹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라이언 디트릭은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엄청난 실적 상승에 익숙해졌다”며 “이제 그런(엄청난) 성과를 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실적 보고서도 여전히 매우 견조했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