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TV 구매에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올해 세계 TV 출하량이 5년 만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TV 수요가 대폭 늘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글로벌 TV 시장은 침체기를 겪어왔다. 지난 수년간 역성장을 이어온 글로벌 TV 시장이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가전제품 보조금 정책과 교체 주기 도래에 따른 유럽·북미 등 선진 시장의 수요 반등으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TV 출하량은 5233만대로, 지난 분기보다 9.6%, 전년 동기보다 0.5%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한 수치다. 올 4분기에도 TV 출하량은 성장세를 이어가 3분기보다 2.5%, 전년 동기보다 0.5% 증가한 563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요에 힘입어 올해 연간 TV 출하량은 작년보다 0.6% 증가한 1억967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5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지지부진하던 TV 수요가 살아난 데엔 중국발 가전제품 보조금 정책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9월부터 에너지효율 등급이 높은 가전제품 구매 시 판매가의 15~2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 TV 판매량은 작년보다 20% 증가했다.
다만 이런 수혜는 중국 TV 제조사에 한정됐다. 중국에서는 대형 미니 LED TV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는데, 이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3분기 미니 LED TV 출하량은 전년보다 6% 감소한 160만대에 그쳤다. 그 사이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3대 TV 브랜드의 미니 LED TV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3%로 늘어났다. 이로써 3분기 TV 브랜드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1위 삼성전자(17.6%), 2위 TCL(14.3%)을 이어 하이센스와 LG전자가 공동 3위(13.2%)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반등한 TV 수요 모멘텀이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TV 교체 주기가 도래한 데다 연말에는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가 시작돼 활력을 더할 것이란 예측이다. 시장조사업체 써카나의 폴 개뇽 소비자 기술 담당 부사장은 “지난 2019~2020년 사이 65인치 TV 판매가 크게 늘었는데, 이로부터 5~6년이 지나 소비자들이 초대형 TV로 교체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연말에 연간 TV 판매 물량의 30~40%가 몰리는데, 통상 5년으로 보는 TV 교체 주기와 맞물려 올 연말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