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G-STAR 2024)’는 한국 게임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다양성’과 ‘기술력’ ‘대중성’까지 잡은 게임들이 출품돼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멀티 플랫폼’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트렌드 변화도 감지됐다. 다만 주최 측의 설명과 달리 ‘글로벌 게임 전시회’ 다운 면모는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 ‘인기 미드’부터 AI 게임까지… 다양성·기술로 차별화
올해 지스타에는 인기 IP(지식재산권)부터 마니아층이 확실한 서브컬처 게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게임 등 볼거리가 넘쳤다.
넥슨 부스에는 ‘던전앤파이터’를 확장한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액션 RPG ‘프로젝트 오버킬’을 시연하기 위해 전시 기간 내내 관람객들이 몰렸다. 부스 중앙에는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대표 게임들로 구성된 넥슨 30주년 기념존이 마련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넷마블은 콘텐츠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미드 ‘왕좌의 게임’ IP 기반 오픈월드 RPG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시연 공간에서는 테마곡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또 ‘몬스터 길들이기’의 정식 후속작인 액션 RPG ‘몬길: 스타 다이브’를 시연하려는 인파가 몰렸다.
크래프톤은 AI 기반 ‘인생 게임’ 인조이(inZOI)를 필두로 AI 기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펄어비스는 팬들이 오랜 기간 기다린 ‘붉은 사막’을 공개했고, 웹젠은 내년 출시가 목표인 서브컬처 수집형 RPG ‘테르비스’와 신작 드래곤소드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 모바일에서 콘솔·PC로 트렌드 전환
올해 지스타에서는 기존 게임 시장의 주류였던 모바일 기반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보다는 1인이 즐길 수 있는 콘솔이나 PC 게임이 눈에 띄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모바일게임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게임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멀티 플랫폼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과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하이브IM의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등이 좋은 호응을 얻었다.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에 참가한 라이온하트는 첫 콘솔 도전작인 ‘프로젝트S’ 부스를 차렸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스타 첫날 전시장을 방문해 “경쟁력 있는 IP를 PC와 콘솔 등 멀티 플랫폼으로 다변화해 모든 플랫폼에서 유연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게임 이용자들의 저변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 ‘글로벌’ 행사 무색… ’K-게임 안방 잔치’ 한계 넘어야
독일 게임스컴, 도쿄 게임쇼 등 다른 국제 게임 전시회 대비 외국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숙제로 남았다. 주최 측은 44개국, 1375개사, 3359개 부스가 참여했다고 홍보하면서 ‘글로벌 전시’라고 자축했지만, 현장에서 눈에 띄는 전시관은 일본 나이언틱과 중국 그리프나인, 구글 플레이뿐이었다.
동남아나 유럽 등의 국가 부스는 B2B(기업대기업) 전시관에서 볼 수 있었는데. 작품 출품보다는 비즈니스 미팅 목적이 강했다. 그마저도 B2B 전시관 앞쪽과 중앙 자리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과 지역 문화진흥원, 게임센터 부스들이 차지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굴지의 게임사들이 참여하면 좋을텐데, 유치가 어려웠던 것 같다. 지자체나 협회가 해외 메이저 브랜드과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이 접근성이 떨어져 전 세계 업체들이 모이기엔 어려울 수 있다”라며 “부산이 한국의 ‘게임 도시’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글로벌 업체 유치는 필수”라고 덧붙였다.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 겸 디지털정책연구소장은 “정부가 엑스포 유치처럼 지스타에 대해 국가적인 관심을 가지면 글로벌 게임 박람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