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들의 집중 단속에도 불법 웹툰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카카오 웹툰 사이트보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찾는 독자들이 늘면서 웹툰 서비스 회사는 속수무책으로 해외 사업까지 접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12일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불법 웹툰 사이트 A사의 지난 10월 방문 횟수는 4279만회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네이버웹툰 방문 횟수(2666만회)의 약 1.6배이고, 카카오웹툰 방문 횟수(481만회)의 8.8배에 달한다. 최근 붙잡힌 불법 콘텐츠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가 관리한 불법 웹툰 사이트 오케이툰의 경우, 지난 10월 이용자 수가 560만회에 달했다.
통상 독자들은 웹툰 업체에 일정 비용을 내고 미공개 회차를 볼 수 있다. 유료 회차 결제 건수에 따라 업체 매출은 물론 작가들의 수입도 달라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66개 웹툰 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유료 콘텐츠’가 연간 매출의 평균 66%(2022년 기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불법 웹툰 사이트는 독자들이 미공개 회차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퍼 나르면서 도박 배너 광고 등을 띄워 수익을 내고 있다. 예컨대 유료 회차가 한 회당 300원이라고 가정하면, 웹툰 업체들이 불법 웹툰 사이트 A사로 인해 잃는 수익은 한 달에 최소 128억원이다. 1년으로 계산하면 1500억원이 넘는다. 이는 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 3분기 매출(4725억원)의 30%가 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불법 사이트가 성행하는 일부 국가에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업을 접고 있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불법 유통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인도네시아와 대만 웹툰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NHN도 최근 대만 사업을 접었으며, 2022년부터 태국과 베트남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 ‘저작권 도둑’을 잡고 있지만, 불법 웹툰 유통을 완벽하게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불법 사이트들이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도메인을 자주 바꿔 단속망을 피해가기 때문이다. 단속망에 걸려 문을 닫더라도 또 다시 비슷한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웹툰 업체와 불법 유통 사이트는 ‘창과 방패’의 관계와 비슷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콘텐츠를 빼가고, 서버가 해외에 있다 보니 사법 조치를 하기도 어렵다. 한두 업자가 적발된다고 해서 영원히 없어지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웹툰과 웹소설은 한 번 소비되면 재소비가 잘되지 않는 ‘스낵 컬처’ 콘텐츠로, 초독의 가치가 중요해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해결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