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서 HBM 관련 영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000660)가 내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우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과 HBM 부문에서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으나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평가다.

12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서실리아 찬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생산 물량이 내년까지 완판돼 향후 12개월 동안 HBM 시장에서 선두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SK하이닉스의 경쟁사 마이크론의 자료를 인용해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이 지난해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서 내년에는 250억달러(약 35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형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DDR5 등 고성능 D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SK하이닉스의 매출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찬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올해 500% 이상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도 36% 늘어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HBM 부문에서 따라잡는 시기가 2025년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EBITDA 증가율은 24%로 추정됐다.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인 HBM3E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SK하이닉스의 시장 주도권에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HBM3E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이 80%에 근접한 데다 엔비디아와의 견고한 관계, 대규모 설비투자 등을 고려할 때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면서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보고서는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년 D램 과잉 공급 우려에 대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HBM의 강력한 수요가 일시적인 과잉 공급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HBM에 들어가는 웨이퍼는 표준형 D램보다 3배가량 많고, 영업이익률도 HBM(53%)이 표준형 D램(34%)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