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애플 아이폰16 시리즈의 카메라모듈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LG이노텍(011070)의 납품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이 원가 절감을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공급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유율 방어에 나선 LG이노텍이 제품 판매 가격을 낮출 경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은 한달 전 1조641억원에서 7965억원으로 25%가량 줄었다. 중국 코웰전자가 카메라모듈을, ICT가 액추에이터를 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본격 공급하기 시작하며 공급 물량과 판매 가격이 낮아진 영향이다.
LG이노텍은 올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16 시리즈에 카메라모듈인 폴디드줌뿐만 아니라 카메라모듈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폴디드줌은 아이폰15 프로맥스에 최초로 탑재된 고사양 제품으로 빛을 꺾어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망원 카메라모듈이다. 아이폰16 시리즈에서는 적용 모델이 2종으로 늘어났다.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 LG이노텍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대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었다. 신제품 출시 효과에 힘입어 애플은 올 3분기 사상 최고 매출액(950억달러)을 기록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의 출시 가격을 동결한 가운데, 부품가를 낮추기 위해 카메라모듈과 액추에이터 공급망에 변화를 주면서 LG이노텍의 공급 물량이 작년보다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는 LG이노텍이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되는 하이엔드 카메라모듈의 90% 이상을 납품했지만 올해부터는 중국 코웰전자가 카메라모듈을, ICT가 액추에이터를 공급한다. LG이노텍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어든 1304억원을 기록했다.
카메라모듈 판매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이 아이폰 카메라 성능을 지속 개선하면서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평균판매가격(ASP)은 매년 올랐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메라모듈 평균판매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11.3% 늘었다. 하지만 중국 경쟁사가 공급망에 진입하자 LG이노텍이 애플 내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판매 가격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납품 비중은 20% 안팎으로 아직까지는 LG이노텍이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며 “올해는 LG이노텍이 부품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방어했지만, 앞으로 중국 기업이 납품 비중을 높이기 위해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어 LG이노텍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LG이노텍의 영업이익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애플 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 LG이노텍 입장에서는 공급 물량이 줄거나, 판매 가격이 낮아지면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가 전체 매출액에서 자치하는 비중은 80.9%로 대부분이 애플에 납품하는 매출을 통해 발생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 공급망 내 경쟁 심화와 가동률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판매가격 하락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아이폰16 수요는 우려보다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나 3분기에 집중된 공급 물량의 영향으로 4분기 부품 주문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LG이노텍은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줄어든 34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