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검색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가 이달 개최하는 AI 통합 컨퍼런스 ‘단 24′에서 이를 방어할 비전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후,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CUE:)’를 선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고, 네이버의 주가 역시 지난 2022년 최수연 대표 취임 이후 반토막에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매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소폭 상회하고 있지만 AI 경쟁력과 수익 모델 확보에는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 3분기 실적 양호하지만 부진한 주가… “AI 경쟁력 입증해야”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조6638억원, 영업이익 49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4%와 29.34%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3월 최 대표가 취임할 당시 32만9000원이었던 네이버 주가는 지난 5일 17만6500원으로 46% 하락했다. 올해 초(22만7500원)에 비해서는 22%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광고 사업과 수익성 방어’를 투자 포인트로 꼽기에는 주식 매력도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 사업에서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하고, 본업 외 성장 부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장기적 불확실성이 주가의 발목을 잡는 중”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중동 AI·클라우드 사업은 유의미한 매출을 기대하기에는 초기 단계이고, 그 외 뚜렷한 대규모 수주가 없다. AI 투자 규모에 상응할 정도의 B2B(기업대기업) 성과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장기 방향성을 가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탄력적인 주가 상승은 자체 개발 AI에 대한 경쟁력 입증 뿐 아니라 글로벌 중장기 전략 발표 및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 집행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AI와 관련해 국내 공공 및 금융기관,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고객사 확보가 진행되고 있으나, 글로벌 업체와 기술 격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네이버가 구글이나 메타와 달리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아 리테일 미디어로서 플랫폼 확장이 가능하지만 내수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 AI 검색으로 전선 넓히는 빅테크… “네이버, 위기감 느껴야”
글로벌 빅테크들은 생성형 AI로 승기를 잡고, AI 에이전트에 이어 AI 검색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1위’ 타이틀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웹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검색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1위(평균 57.3%)를 기록 중이다. 그 뒤를 2위 구글(33.9%), 3위 다음카카오(3.85%), 4위 MS 빙(2.9%)이 쫓고 있다. 다만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검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점유율은 더 낮을 수 있다.
지난달 31일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챗GPT 내부의 검색 기능인 ‘서치GPT’를 출시하고 구글, MS 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챗GPT는 이용자 질문에 따라 자동으로 웹을 검색하며, 이용자가 웹 검색 아이콘을 클릭해 직접 검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센터장은 “잘 나가는 AI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바뀌지 않더라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며 여러 버전을 발표하는데, 하이퍼클로바X는 출시 1년이 넘은 상황에서 혁신의 속도가 늦다”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빅테크에서 AI 검색 엔진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검색 엔진이 주 수익원인 네이버 입장에서는 위기감을 느껴야 할 때”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소버린 AI(자국 문화와 언어에 최적화된 AI 모델이나 서비스)’를 위한 우군들을 모으고 있으나, 중장기적인 투자와 수익 모델이 중요하다”면서 “‘하이퍼클로바X’ 세부 모델 라인업 확대에 따른 B2C(기업대소비자) 사업도 기대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못내고 있다. B2B 모델을 적극 개발해야 하는데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달 11일부터 12일까지 ‘단 24′ 통합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포함해 AI 서비스와 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