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 기술기획팀장(부사장)이 3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소부장뿌리기술대전 기술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전병수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정 난도가 높아지고, 개발 비용도 치솟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이전과 달리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에게 데이터를 더 많이 공개해 신속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김현우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 기술기획팀장(부사장)은 3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소부장뿌리기술대전 기술포럼’에서 진행된 기조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이날 ‘AI 시대 반도체 기술 개발과 소부장 협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시장 젼략과 소부장 기업과의 협력 계획에 대해 밝혔다.

김 부사장은 1997년 반도체 포토공정 개발을 시작으로 불화아르곤(ArF)과 불화아르곤 액침(Immersion ArF) 기술 개발과 양산에 기여한 바 있다. 2014년부터는 반도체연구소 내 소재개발팀장으로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핵심 소재 개발과 양산화를 국내외 소재 회사들과 협력해 왔다.

삼성전자는 AI 시대를 맞이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AI 시대가 도래하며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반도체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력 대비 성능 효율(전성비)이 우수한 공정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미세화뿐만 아니라 각종 패키징 기술들을 도입하는 이유도 비용 절감과 성능, 전력 효율을 다 잡기 위함”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술들을 바탕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제품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AI 시대에 제품군의 다양성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익히 잘 알려진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메모리에 프로세싱 기능을 추가한 HBM-PIM과 같은 제품부터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등이 차세대 솔루션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부터 서버용 D램, AI 서버에 활용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에 탑재되는 고단 낸드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6세대 고댁역폭메모리(HBM4)와 400단 낸드를 내년 개발해 양산할 계획이다.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커지며 제조 난도도 복잡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부터 칩 사이즈를 줄이면서 성능까지 높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하고, 칩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 회로를 고객사 맞춤형으로 설계할 예정이다. 높아지는 삼성전자는 내년 개발 목표인 400단이 넘는 10세대 V낸드플래시(V10) 업계 최초로 본딩(접합)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특히 극자외선(EUV) 공정이 도입되면서 어려움이 많이 따르고 있다”며 “기대만큼 이전 세대의 기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에 투입되는 비용도 늘고, 여기에 투입되는 소재도 공정에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투입돼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소재와 부품, 장비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공정 난도가 치솟으며 제품 개발과 양산에 최적화된 장비와 소재, 부품들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AI 시대에는 더 이상 삼성전자 혼자서 제조 공정을 전부 감당할 수는 없게 됐다”며 “이전과는 다르게 소부장 기업들에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해 솔루션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