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업계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시장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판호(版號·수입 및 서비스 허가증)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 게임의 진출을 사실상 차단해왔던 중국이 지난해부터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본격 재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2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외국산 게임 15종에 외자 판호를 발급했다. 외자 판호는 해외 게임이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하기 위해 필요한 허가증이다. 한국 게임으로는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과 시프트업의 3인칭 슈팅(TPS)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가 허가를 받았다.
올해 한국 게임에 판호가 발급된 건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2월에는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 넷마블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PC버전 등 4종의 게임이 판호를 받았고, 6월에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PC 버전이 중국 내 서비스 허가를 획득했다.
과거 중국은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내려지기 전만 해도 3년간(2014~2016년) 48개의 한국 게임이 중국에 수출됐다. 그러나 2017년 한한령 이후, 중국은 판호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6년 가까이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사실상 차단해왔다.
중국 시장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건 재작년부터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한국 게임 7종을 비롯한 외산 게임 44종에 대한 판호를 발급했다. 2020년 1종, 2021년 2종의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발급 받았지만, 사실상 5년 10개월 만에 중국 수출 재개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중국 수출이 본격 재개되면서 게임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판호를 획득한 두 게임은 각사의 주요 매출원이다. 니케는 올 2분기 시프트업 매출의 60%를,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 모바일 게임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특히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에게 중국 수출은 반등의 기회이기도 하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니케의 중국 판호발급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실적의 설명력이 높아져 긍정적”이라며 “시프트업의 내년 추정 매출의 중국 니케 비중이 42%를 차지하는데, 성공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며 실제 성과에 따라 적정 밸류에이션은 요동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판호를 획득하고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들의 성과도 좋다. 지난 5월 중국에 정식 출시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지난달 기준 누적 매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돌파했고, 지난 22일 중국 지역에 대한 오픈베타테스트(OBT)를 시작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도 출시 초반 텐센트의 게임 서비스 플랫폼 ‘위게임’에서 최신 인기 게임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 연말까지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에 계속 진출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판호를 받은 ‘블레이드앤소울2′를 출시할 계획이고, 같은 시기 판호를 받은 위메이드의 ‘미르M’도 연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2′,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도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끈 만큼, 출시 예정작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판호 발급이 중단된 동안 중국 게임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고 하지만, 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인기는 여전하다”면서 “중국은 압도적인 인구 수로 시장 규모가 크고, 신작을 흥행에 성공할 경우 거두게 되는 수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아직도 1순위 진출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