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 시에 위치한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본사 외부./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생산 차질에 TSMC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웰이 생산에 문제가 생기자 엔비디아는 TSMC의 패키징 기술에 의문을 표한 가운데, TSMC는 엔비디아의 설계 결함을 지적하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와 TSMC의 이 같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엔비디아가 TSMC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이 전했다.

16일(현지시각)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조짐이 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엔비디아가 최신 AI 칩보다 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하기 위해 한국의 삼성과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또 “현재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해당 칩에 대해 얼마를 지불할지 협상 중”이라며 “같은 세대 칩 제조 기술을 기준으로 TSMC 가격 대비 20~30% 할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와 TSMC는 1995년부터 30년 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엔비디아는 최근 수요가 폭증한 첨단 AI 가속기 제조를 TSMC에 독점적으로 맡겨왔다. 지난해 기준 TSMC 전체 매출의 10%를 엔비디아가 차지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TSMC가 블랙웰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며 논쟁이 벌어졌다고 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블랙웰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이를 테스트하면서 결함이 발견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은 이 문제가 TSMC의 후공정 기술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지만, TSMC 측은 엔비디아의 설계에 문제가 있으며 생산 공정을 재촉하는 바람에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TSMC가 엔비디아의 ‘전용 패키징 라인’ 구축 요구를 거절한 점도 양사의 갈등 요인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TSMC에 자사 가속기 생산을 위한 전용 라인 신설을 요구했다. 하지만 TSMC 고위 임원은 “엔비디아가 자금을 지원할 것도 아닌데, 쉽게 이야기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TSMC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대형 고객사인 애플과 퀄컴 등의 같은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 이처럼 민감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갈등으로 삼성전자가 의외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인포메이션은 이와 관련해 “이같은 마찰은 양사의 관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엔비디아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