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중국 패널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 등 IT 제품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까지 국내 기업들이 90% 이상을 차지하던 노트북용 OLED 패널 점유율은 올해 처음으로 70%대까지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정윤성 상무는 1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옴디아 주최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트북용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이 ‘제로(0)’에 가까웠던 중국 패널 업체들이 올해 들어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이에 올해 한국 기업의 노트북용 OLED 패널 점유율은 처음으로 90% 밑으로 떨어져 75.8%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OLED 패널이 탑재된 화웨이의 메이트북 X 프로./화웨이

중국 패널업체들의 점유율이 대폭 늘어난 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내 세트업체와의 협업 전략 덕분이다. 앞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중국 TV 제조업체와 패널업체가 팀처럼 움직이면서 글로벌 LCD TV 사업을 장악했듯이, OLED 시장에서도 화웨이 같은 중국 제조사들이 중국산 OLED를 싼값에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 상무는 “패널 산업을 키우는 건 패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세트(완제품) 시장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 TV 세트업체들은 다음 월드컵이 열릴 때면 중국이 세계 TV 1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중국산 노트북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한국을 따라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서 한국에서 중소형 OLED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2010년 삼성전자의 갤럭시S 모델이 대박 났기 때문”이라며 “결국 테스트베드가 많아야 패널사와 제조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데, 최근 중국은 OLED 분야에서 테스트베드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출하량으로 따라잡는 추세다. 중국 패널업체들은 비보, 오포, 화웨이 등의 스마트폰에 OLED를 대거 공급하면서 모바일 OLED 시장 절반가량을 점유했다.

노트북뿐 아니라 태블릿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OLED 협업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정 상무는 “지난해 OLED 노트북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화웨이는 올해 갑자기 등장해 2분기 들어서는 가장 큰 벤더가 됐다”며 “이젠 태블릿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물량이 삼성전자를 앞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들은 같은 그룹 내에서도 경쟁하는 반면, 중국은 세트와 패널이 같이 움직인다”며 “한국 기업들은 더 이상 기술력이 앞선다고 위안할 때가 아니라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