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회사들이 본업인 통신 외에 각자의 방법으로 드라마·예능 제작에 나서고 있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줄이는 것과 달리, 통신사들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맞춤형 킬러 콘텐츠를 발굴·생산하고 있는데요.
통신사가 미디어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콘텐츠 전략은 각 사별로 다릅니다. KT는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skyTV 등을 통해, LG유플러스는 콘텐츠 전문 ‘STUDIO X+U’를 통해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신작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합작한 통합 OTT 웨이브로 밀고 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의 성공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통신과 인공지능(AI)이라는 기술력 외에 추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콘텐츠”라고 설명했습니다.
KT는 지난 2022년 그룹 내 케이블채널 ENA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후, 지속적으로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중입니다. 올해 예능 제작은 skyTV가, 드라마는 KT스튜디오지니가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가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6%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유어 아너’는 OTT 배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KT의 플랫폼인 지니TV와 ENA 채널 본방 사수를 하지 않는다면 시청할 수 없습니다. ENA 채널에서는 ‘나는 솔로’ ‘현무카세’ ‘내 아이의 사생활’ 등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콘텐츠가 등장하는 이유는 통신사들이 AI와 함께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미래 핵심으로 꼽고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2년 콘텐츠 자체 제작 브랜드인 ‘스튜디오X+U’를 설립한 후 회당 30분 이내 ‘미드폼(mid-form)’으로 콘텐츠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다는 방침입니다. 미드폼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호흡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와 압축적인 스토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편당 20~30분 분량의 콘텐츠로 시청 시간에 부담이 없고 모바일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웰메이드 미드폼’ 콘텐츠는 국내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이라면서 “통신사가 모바일로 보는 콘텐츠를 잘할 수밖에 없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합작한 통합 OTT 서비스 웨이브에서 콘텐츠 차별화 전략에 나서겠다는 포석입니다. 특이한 점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드라마를 찾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공략해 옛날에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다시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방영된 감독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2024′는 공개 첫 날 웨이브 내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부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