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전자 사옥./뉴스1

LG전자(066570)가 3분기(7~9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으나, 수익성이 악화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계절에 따라 수요가 요동하는 가전 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신사업으로 매출 규모를 키웠지만, 물류비 상승과 경쟁 심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LG전자는 올 3분기(연결기준) 매출 22조1769억원, 영업이익 7511억원의 잠정 실적을 올렸다고 8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9%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매출 21조7719억원, 영업이익 1조154억원을 예상했는데,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 약 26% 낮았다.

영업이익 감소 폭이 큰 이유는 해상 운임이 하반기 들어 급등한 데다 마케팅 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상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 특수를 누리는 LG이노텍의 실적이 올해는 수요 둔화로 부진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해상운임 응찰 결과, 컨테이너당 평균 해상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상승하고, 광고비 등 마케팅 경쟁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이날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캐시카우인 생활가전(H&A)에서 8조원 수준의 매출을 낸 것으로 봤다. 글로벌 가전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B2B 사업과 구독 사업이 실적을 이끌었다. 시스템에어컨과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등 냉난방공조가 LG전자의 대표적인 B2B 사업이다. 그러나 해상 운임 상승과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판가 하락으로 수익은 감소했다. 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작년 3분기 6.8%였으나, 올 3분기엔 4%대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지역별 제품과 가격을 다변화하고 온라인 사업을 확대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장(VS) 사업은 그동안 확보해 온 수주잔고를 매출로 이어가는 추세다. 수주잔고는 작년 말 93조원으로, 올해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LG전자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둔화 영향을 다소 받고 있지만, 수주 물량은 차질 없이 공급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전장 사업의 올 3분기 매출이 2조원대 후반~3조원대 초반, 영업이익은 900억~1000억원을 낸 것으로 예측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주력 올레드 TV 수요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으나, 패널 가격 상승과 TV 기업 간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교보증권은 LG전자의 TV 부문 영업이익률이 작년 3분기 3.1%에서 올해 0.8%까지 떨어졌다고 봤다. 다만 플랫폼 사업인 웹OS 실적이 TV 사업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LG전자는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HE사업본부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웹OS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물류비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올해 양호한 연간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B2B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B2B 매출 비중이 올해 40%, 내년 45%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사업의 매출 증가에 따라 이익 체력이 향상될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올해를 변곡점으로 LG전자의 고질적인 계절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달 정기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가전 구독 사업과 웹OS 사업은 실적이 계절에 따라 오르내리는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며 “B2B, 플랫폼 사업 등 중점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올해 54%를 넘기고 4년 내 6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