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는 의원들 선호도가 높은 타 상임위를 추천했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선택했죠. 올해 5월 등원 후 1호 법안으로 ‘인공지능(AI) 기본법’을 발의할 만큼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인 AI에 진심이었기 때문입니다.”

광주 서구갑을 지역구로 이번 22대 때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199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조 의원은 국무총리실·기획재정부 과장,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사무국 부국장 등을 두루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2019년 10월부터 2022년 6월까지 AI 대표도시를 꿈꾸는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을 역임했다. 조 의원은 그 과정에서 AI 중요성을 현장에서 목도했다.

국회 입성 후 주저없이 과방위를 선택한 배경이다. 6월 19일 조 의원이 AI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는 물론 AI 발달로 야기되는 인권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담은 AI기본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조 의원은 9월 25일 국회에서 IT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과방위는 과학, 기술, 정보, 통신, 방송 등을 다루는 상임위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상임위인 동시에 TV, 휴대폰, 인터넷 등 우리의 일상을 다루는 상임위다”라며 “그만큼 공부해야 할 분야도 다양하고 주제의 변화 속도도 빨라 공부를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AI기본법 제정은 물론 관련 지원 제도를 보완해 지역구가 있는 광주를 AI 수도로 만들어 균형 발전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25일 국회에서 IT조선 기자와 만나 과방위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조인철 의원실

다음은 조 의원과 일문일답

―22대 국회 전반기 2년간 미래 먹거리 전반을 다루는 과방위에서 활동하게 됐다. 5월 22대 국회 시작 후 3개월간 느낀 점이 있다면

“과방위는 과학, 기술, 정보, 통신, 방송 등을 다루는 상임위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상임위인 동시에 TV, 휴대폰, 인터넷 등 우리의 일상을 다룬다. 그만큼 공부해야 할 분야도 다양하고 주제의 변화 속도도 빠르다. 공부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에서의 오랜 근무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과방위는 국회 모든 상임위 가운데 여야가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임위이기도 하다. 특히 방송 분야 여야의 끝없이 반복되는 정쟁으로 인해 AI와 연구개발(R&D) 등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 소홀이 우려된다.”

―21대 국회에서 AI기본법, 단통법, 망사용료법 등 여러 정보통신기술(ICT)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정책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못해 업계 우려가 큰데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AI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업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그만큼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AI기본법 같은 경우 여당에서도 정책위의장의 주도로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에서도 현재 AI기본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방안 등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 조인철 의원실

―빅테크(CP)·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부가통신사업자도 기존 국내 방송·통신사처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크다. 국회도 이를 주목하고 있는데

“방발기금은 국내 방송 제작 여건을 개선하고 방송 통신 진흥을 위한 기금이다. OTT는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법 미비로 방발기금 징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럼에도 방송 통신의 진흥 책임을 고스란히 지상파, 종편, 인터넷TV(IPTV), TV홈쇼핑에만 한정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 이에 OTT 사업자가 전년도 매출액의 1% 이내에서 방발기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7월 대표 발의했다.

이미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는 기존 방송 통신사업자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에 대해 방발기금의 분담을 의무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넷플릭스, 유튜브와 달리 토종 OTT 형편은 합병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매우 어렵다. 토종 OTT 부흥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토종 OTT 1, 2위 업체인 티빙(3264억원)과 웨이브(2479억원)의 매출 총합은 5743억원으로 나타났다. 8233억원에 달하는 넷플릭스의 70%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영업이익 121억원인데 반해 티빙은 영업손실 1420억원, 웨이브는 영업손실 791억원이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투자와 콘텐츠 물량 공세에 토종 OTT가 개별적으로 상대하기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재 단기적인 토종 OTT 부흥책은 합병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가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티빙과 웨이브 양사의 합병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컨텐츠 기획 수준과 제작 실력은 이미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킹덤’, ‘피지컬 100′ 등으로 검증됐기 때문에 제작 지원을 상향한다면 OTT 부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제4이통사 정책은 8번째 실패했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해법이 오로지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인 것처럼 여기고 2010년부터 추진해 왔다. 정부의 ‘7전 8기’에도 불구하고 8차례 모두 제4이동통신사 후보 업체의 ‘자금조달 능력 부족 등 재정적 능력 미흡’으로 실패해 왔다. 이는 번번이 제4 이동통신사의 출범을 무리하게 추진한 정부의 실패이기도 하다.

더구나 제4이동통신사의 등장이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많을수록 경쟁이 활발해져 요금 인하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률이 100%를 초과하는 다회선 시대에 이는 통용되기 어렵다.

게다가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동일한 이유로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알뜰폰 시장이 제4이동통신사업자의 등장으로 시장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 이는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행위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 조인철 의원실

―내년 과기정통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16% 증액됐다

“내년 R&D 예산이 금년 대비 16% 증가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2023년 수준으로 복원된 것에 불과하며 복원 내용도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대통령의 ‘R&D 카르텔’ 한마디로 시작된 예산 삭감으로 1만2000개의 R&D 연구과제가 변경됐다. 지난해까지 무려 430억원이 투입되던 96개 연구 과제는 중단되면서 430억원이 증발했다. 이러한 R&D 예산 삭감의 후폭풍은 오로지 과학계 종사자만의 몫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항공기 엔진 제조의 핵심 소재 국산화가 지연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소재를 국산화하게 되면 KF-21과 FA-50 등 우리나라 전투기에 국산 엔진을 탑재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던 방산 계획조차 차질이 빚어진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R&D가 대통령의 한마디로 들썩이는 불행한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22대 국회 내 과방위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과제나 목표가 있다면

“올해 5월 등원 후 1호 법안으로 AI기본법을 발의할 만큼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인 AI에 진심이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대한민국 전역은 지방 소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광주의 경우 타 지역으로 떠나는 분들의 70%가 2030 청년층이며 이들은 ‘누구나 원하는 일자리와 학교’가 있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지역구가 있는 광주는 이미 2020년부터 4200억원을 투입해 AI 산업 인프라 조성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AI기본법 제정은 물론 관련 지원 제도를 보완해 광주를 AI 수도로 만들어 균형 발전의 모범을 보이겠다.”

IT조선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