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에픽게임즈

미국 게임 회사 에픽게임즈가 미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구글과 삼성전자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삼성이 스마트폰에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을 기본으로 활성화하도록 업데이트하면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삼성 기기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가 됐다는 것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3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이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을 처음으로 도입한 2023년에는 이 기능이 선택 기능이었지만 지난 7월부터 기본 기능으로 설정하면서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경쟁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제3의 스토어나 웹상에서 앱을 설치하려는 경우 기기 설정을 변경해야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또는 삼성 갤럭시 스토어 외부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는 경우 21단계에 이르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말했다. 스위니 대표는 삼성 기기에서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접근하는 방법을 직접 시연하면서 “여러 단계에서 경고 메시지로 ‘알 수 없는 출처다’ ‘유해한 파일일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보여주는데, 구글과 삼성은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며 “이들은 해당 기능이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구글이나 갤럭시 스토어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구글과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한 바 있다. 게임 이용자들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데, 에픽게임즈가 수수료를 피할 수 있는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자 이들 앱마켓에서 퇴출됐다는 것이 에픽게임즈의 주장이다. 에픽게임즈는 이들 스토어가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경쟁을 제한한다고 주장하며 2020년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각각의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왔는데 법원은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구글의 경우 구글이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한 ‘프로젝트 허그’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재판부가 시장 경쟁에 어긋나는 행위로 봤다. 프로젝트 허그란 구글 플레이를 쓰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작사, 앱 및 게임 개발자에게 구글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정책이다. 외신들은 “구글은 삼성 스마트폰에 삼성 자체 스토어 외엔 구글플레이만 설치되도록 제조사에 돈을 지불했고,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자체 앱마켓을 열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줬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관련해서 미국 법원은 1심과 2심에선 애플의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앱스토어 외에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에픽게임즈의 주장을 인정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서도 불복해 상고했으나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스위니 대표는 “그동안 삼성 측에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을 기본으로 실행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라며 “신뢰할 수 있는 앱들이라면 인증을 거쳐서 보안 위험 자동 차단에 거치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윈도나 맥 사례를 보면 운영체제(OS)에서 멀웨어를 잘 감지하고 경고를 띄워주며 이용자가 프로그램을 제거할 수 있도록 차단을 잘하고 있다”며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처럼 다른 소프트웨어들을 전부 신뢰할 수 없다고 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법적인 선택지가 어떤 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지만 아직은 한국에선 소송을 제기할 계획은 없다”며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른 제조사들은 이처럼 차단하는 기능을 두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삼성이 유일하게 경쟁 스토어를 차단하고 있어 삼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