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텍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멘시티'./미디어텍 홈페이지

대만 반도체 설계 회사 미디어텍이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신제품 ‘디멘시티 9400′을 다음 달 9일(현지시각) 출시한다. 삼성전자가 자사 AP ‘엑시노스 2500′의 성능 및 생산 수율 제고에 난항을 겪고 있어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5 시리즈 초도 물량에 미디어텍이 신규 공급사로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25일 미디어텍 웨이보 공식 계정에 따르면, 회사는 ‘디멘시티 9400′ 출시일을 다음 달 9일로 확정했다. 해당 신제품은 샤오미와 비보,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먼저 공급될 예정이다.

미디어텍은 AP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미디어텍의 시장 점유율은 40%로 경쟁사인 퀄컴(23%)에 17%포인트(P) 차이로 앞서고 있다. 다만, 보급형·중저가 모바일 AP에 주력하고 있어 고성능 AP 경쟁력은 퀄컴에 뒤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디어텍은 이번 신제품의 성능을 높여 고성능 AP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디멘시티 9400은 TSMC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2세대 공정을 통해 양산된다. 퀄컴 스냅드래곤 8 4세대’과 애플 A18 프로세서도 같은 공정을 사용해 제조되고 있다. TSMC 3㎚ 2세대 공정은 대량 양산이 가능한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디멘시티 9400의 성능도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30% 이상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텍은 고성능 AP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애플과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사인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도 스마트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이를 구동할 수 있는 AP 성능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텍의 신제품이 향후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 공급망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내년 1월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 초도 물량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세대 4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개발한 엑시노스 2500가 삼성 파운드리 수율과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효율)등의 문제로 탑재가 불투명해진 영향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 차원에서 향후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400를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P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원재료 매입액 중 가장 큰 비중(18.1%)을 차지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P 매입에만 11조7320억원을 지출했다. 올해 신제품에는 엑시노스 시리즈를 탑재하지 못해 지출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디어텍의 AP는 퀄컴 제품 대비 10% 이상 저렴하다.

그동안 미디어텍의 AP는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모델에 채택됐다. 하지만 다음 달 출시되는 갤럭시탭S10에 미디어텍의 AP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프리미엄 제품군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대만 공상시보 등 현지 언론은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를 앞둔 갤럭시S25 시리즈 AP의 2차 공급망으로 미디어텍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퀄컴 스냅드래곤을 대체할 AP로 자사 엑시노스 시리즈를 최우선으로 채용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미디어텍의 AP는 그동안 중저가, 보급형 제품 전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번 신제품 성능이 입증되고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게 된다면 삼성전자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미디어텍 제품 채용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