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도 중국산 장비를 이용해 칩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장비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YMTC와 같은 자국 큰손 고객을 등에 업고, 외국산 장비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YMTC는 최근 메모리 셀을 층층이 쌓는 엑스태킹(Xtacking)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낸드플래시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연구원은 “YMTC의 새로운 4.0 엑스태킹 칩을 분석한 결과, 160단 트리플레벨셀(TLC) 칩의 비트 밀도와 1GB(기가바이트)당 면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TLC 칩뿐 아니라 쿼드레벨셀(QLC) 칩과 비교해도 매우 진보했다”고 했다. 낸드는 한 개의 셀에 몇개의 정보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SLC(1개), MLC(2개), TLC(3개), QLC(4개), PLC(5개) 등으로 규격이 나뉜다.
최 연구원은 “미 제재로 인해 중국 반도체 장비를 사용하는 우회로를 찾아야 했던 YMTC가 새로운 엑스태킹 4.0 기술을 통해 제재를 극복할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 YMTC는 중국 장비 제조업체인 AMEC, 나우라, 피오텍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YMTC는 식각, 노광 공정에선 여전히 미국과 일본 장비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 외에 일부 공정에는 중국산 장비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2월 미국 수출통제 명단에 오른 이후, YMTC는 외국에서 최신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고 일부 유지보수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장비업체들은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장비 공급을 확대하면서 기술력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생산 수율을 따져보면 중국산 장비는 아직 업계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령 중국 장비를 사용한 YMTC의 엑스택킹 4.0 칩은 이전 세대 기술로 제조한 232단보다 70단이 낮다. 테크인사이트는 이를 두고 중국 장비의 수율이 낮아 YMTC가 낸드 단수를 낮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장비가 (외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바뀌면서 수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장비가 개선되고 공정이 성숙해지면 이는 개선될 것”이라며 “YMTC 입장에선 미 제재 영향을 받지 않는 128단 미만의 낸드를 생산하는 게 수출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자립에 필수적인 장비 개발을 위해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대대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달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국영 기업에 해상도 65㎚(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상의 새로운 중국산 노광장비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자국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2종이 중요한 기술적 도약을 이뤘다”며 ‘주요 기술 장비’ 신규 목록을 발표했다. 중국이 개발했다는 DUV 장비의 성능(해상도 65㎚ 미만 등)은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장비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전에 가장 진보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산 장비(해상도 90㎚)보다는 크게 개선됐다. 지난 10일에는 중국 지식재산국이 국영 장비업체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특허 출원을 공개했다. 첨단 로직 칩 제조에 필수적인 EUV 노광기는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한 공급사로, 2019년부터 중국 판매가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