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항마’를 자처한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이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다. 미국의 대중(對中) 첨단 반도체 제재로 중국 내 AI 칩 개발사를 향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반도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들은 엔비디아의 틈새를 공략하며 경쟁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AI 칩 경쟁사인 엔플레임과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이하 비렌)가 상하이에서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두 곳 모두 중국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으로, 늦어도 내년 초 이전에 증권시장에 데뷔한다는 계획이다. 텐센트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엔플레임은 상하이 스타보드에서 IPO를 통해 최대 20억위안(약 375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상하이 스타보드는 상하이 증권거래소(SSE)에서 과학 혁신 기업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는 주식 시장이다. 비렌도 같은 거래소에서 IPO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조달 목표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AI 칩 스타트업들은 미국의 규제로 중국 내 엔비디아의 공백이 커지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제품 개발에 속도를 냈다.
이들 기업은 IPO를 목표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약화한 틈을 타 자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8년 AMD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엔플레임은 올해 상장 전 자금 조달로 약 25억위안(약 4500억원)을 확보했으며, 이로써 회사 가치는 약 180억위안(약 3조24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앞서 엔플레임은 지난 7월 상하이에서 열린 ‘2024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개선된 AI 훈련 칩을 선보이며 “중국의 컴퓨팅 클러스터는 외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장악한 구조에서 중국산 GPU와 외산의 조합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AI 업체 센스타입의 장원 총재가 설립한 비렌은 중국 GPU 업계의 스타 기업으로, 중국 내 엔비디아의 유력한 경쟁사 중 하나로 꼽혀왔다. 2022년엔 기업가치가 170억위안(약 3조원)에 달했다. 그해 비렌은 첫 GPU 칩을 출시하며 “글로벌 컴퓨팅 파워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대만 TSMC에서의 생산이 중단됐다. 이를 두고 엔플레임은 비렌과 화웨이 등을 언급하며, 자사의 최대 경쟁력은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지 않은 점이라고 홍보했다. 엔플레임은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아 TSMC 같은 글로벌 파운드리에 접근할 수 있다고 내세운 것이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중국 내 AI 칩 개발사의 경쟁력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중국에는 정말 많은 경쟁사와 AI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며 “AI 분야 50여개 스타트업이 주력하고 있으며, 그 외에 화웨이는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AI 칩에 비해 이들 스타트업의 칩은 아직 성능과 전력 효율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대형 기금을 앞세워 지원을 늘려가고 있어 이들 기업의 성장세는 업계의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