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Z세대(18∼27세)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업무 중 일이 막히면 맨 먼저 인공지능(AI)에 도움을 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AI를 최우선으로 찾는 비율은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 2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업무용 AI 도구의 도입을 위한 ‘테스트베드’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한국·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5개 국가의 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과 AI에 대한 이들의 견해를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모두 5048명을 온라인 설문했으며, 한국에서는 1021명이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상 도움이 필요할 때 맨 먼저 찾아보는 수단(the first go-to resource)으로 AI를 꼽은 Z세대의 비율이 한국은 80%로 미국(56%), 영국(59%), 독일(61%), 프랑스(55%)를 19∼25%P(포인트)씩 많았다.
AI가 업무 방법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다고 내다본 응답도 한국은 80%에 달해, 답변율이 50∼60%대에 그친 다른 4개국과 대조를 이뤘다.
한편 시중에 AI 애플리케이션(앱)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반응은 한국이 75%로 가장 많았다. 영국과 독일은 이 수치가 각각 63%와 62%였고 미국(60%)과 프랑스(57%)가 그 뒤를 이었다. 국내 Z세대는 AI 도구의 범람에 예민하게 반응해도, AI가 직장에 미칠 여파에 관해서도 5개국 중 가장 긍정적이었다는 의미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김상호 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업무에서의 AI 활용은 바람직한 흐름이지만 환각(AI가 사실이 아닌 얘기를 뱉어내는 것) 등 오류에 대처하지 못하거나 사람과의 협업 능력이 위축되는 우려도 있다”며 “AI를 쓰면서 직장 내 소통으로 ‘더블 체크’를 하게 독려하는 등 새 가이드라인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I에 가장 열린 Z세대들을 본업 외에 부업을 하는 이들(39.7%)로 꼽았다. 5개국 전체 기준으로 Z세대 부업 종사자는 업무에 AI를 도우미로 쓰는 비율이 73%였다. 한국의 ‘부업러’ Z세대에게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물어본 결과 가장 인기가 좋았던 용도는 ‘긴 문서나 회의 요약’(답변율 46%)으로 나타났다. 그 외 주요 사용처로는 ‘텍스트 및 시각 콘텐츠 생성’(37%)과 ‘자료 조사와 아이디어 찾기’(36%)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각국 Z세대가 크게는 ‘AI 슈퍼 사용자’ ‘AI 실험가’ ‘AI 신중론자’ 세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AI 슈퍼 사용자는 AI를 가장 활발히 쓰는 타입으로, 부업으론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웹 개발자 등 AI가 많이 쓰이는 직종을 택하고 스마트폰과 PC 간의 막힘없는 서비스 통합 등의 첨단 이슈에 관심이 크다.
AI 실험가는 AI로 시간 절약 등 실용적 목적에 쓰는 층으로, 부업으로는 금융투자나 코칭 등 AI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일을 한다. AI 신중론자는 AI를 아직 생소하게 여기는 탓에 디지털과 무관한 일을 부업으로 택하고, 직장에 관해서도 안정적 수입 등의 가치를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