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중국 화웨이와 ZTE의 합산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50%를 돌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중국 통신장비를 퇴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화웨이와 ZTE의 상승세를 꺾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웨이, ZTE는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화웨이·ZTE, 북아프리카·브라질 등 신흥 시장 공략 박차
2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2분기 화웨이(36.8%)와 ZTE(13.8%)의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각각 3.8%포인트(P), 1.2%P 증가했다. 두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50.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에릭슨(23%), 노키아(17.7%)의 점유율은 각각 0.9%P, 3%P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화웨이는 지난 2월 북아프리카 지역 이동통신사들과 ‘디지털 인텔리전스 전환’ 협력을 맺고 5G(5세대 이동통신) 솔루션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에릭슨을 밀어내고 브라질 3위 통신사인 TIM에 5G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기존에는 화웨이, 에릭슨이 TIM에 함께 통신장비를 공급해 왔다.
ZTE는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 이동통신사 ‘우즈백텔레콤’과 협력을 맺고 5G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에는 말레이시아 이동통신사인 유모바일, 셀콤디지와 5G, 인공지능(AI) 솔루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 獨·英 배제에도… “유럽 38개국 중 29곳은 中 통신장비 사용”
독일은 지난달 오는 2029년까지 5G 망에서 중국 통신장비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은 오는 2027년을 목표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5G 망에서 배제하고 있다. 2019년부터 미국이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자, 이에 동참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럽의 중국 통신장비 퇴출이 시장 지배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EJL 와이어리스 리서치는 현재 유럽 38개국 중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국가는 9곳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품질이 좋은데 가격까지 저렴한 화웨이 통신장비를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 2분기 화웨이와 ZTE는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ZTE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319억위안(약 5조7739억원), 순이익은 5.7% 늘어난 29억9000만위안(약 54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통신장비 부문에서 개선된 실적을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유럽, 북미 지역 등에서 주로 수익을 내는 노키아, 에릭슨은 5G가 완숙기에 접어들며 올 2분기 실적이 일제히 악화했다. 올 2분기 노키아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영업이익 4억2300만유로(약 63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릭슨의 영업이익은 24억스웨덴크로나(약 3140억원)로 전년 대비 52% 줄었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전략연구소 미래전략연구실장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5G 망 구축을 추진하는 국가다. 내·외수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가성비가 좋은 중국 통신장비가 미국·유럽 영향권 밖인 국가들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