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정기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되었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경협은 지난 4월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에 각 35억원의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회비를 납부했고, LG그룹도 한경협 회비 납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한경협 인적 쇄신 대상이 김병준 고문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 출신이 계속 특정한 업무를 한다면 유해한 것이 될 수 있고, 그렇다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면 회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예우를 받는다는 것은 무익한 일”이라며 “이날 회의에서 그 점에 대해 위원들께 말씀드리고자 하고, 좋은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다른 그룹들과 달리 삼성은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려면 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 고문은 2018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지난 20대 대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회장 선출 작업을 이끌었다. 같은 해 8월 류진 한경협 회장이 취임하면서 고문으로 임명됐다.
이 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는 정치권력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여야를 바꾸더라도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리로 남을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 번의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인정하기는 쉽지만,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준감위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회비 납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 삼성과 아직 아무런 의사 교환이 없고 준감위에서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